특집-길을 걷다 : 일자산 숲길

아름다운동행은 2019년 ‘좋은 생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풍요롭게 살아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달에 한 가지, 작지만 소중한 습관을 실천함으로 ‘동행’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3월은 Bus, Bicycle의 약자와 Metro, Walking의 영문 앞글자를 딴 ‘B·M·W 실천하기’로, 버스와 자전거, 지하철 타기와 걷기를 열심히 실천해 온실가스를 줄여서 환경을 지키고,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중 도시 속 숨어있는 숲을 직접 발로 걸어 보도록, 숲길 한 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서울의 동쪽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 경기도 하남시부터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까지 걸쳐 있는 이름 그대로 ‘一’자 모양인 일자산. 감북동의 배다리에서 초이동까지 남북으로 약 5km 정도 길게 뻗어있다. 해발 134m의 나지막한 산으로 등산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코스는 다양하지만 서하남IC 입구교차로 그린웨이에서 시작했다. 지하철로는 9호선 둔촌오륜역 1번 출구에서 가깝다.

아늑하고 산뜻한 산길
길을 걷다보니 서울 안에 있는 산인가 싶을 정도로 아늑하고 각종 새소리와 산뜻한 공기가 좋았다. 일자산에는 천연기념물 2종, 멸종 위기 야생 생물 11급 1종, 서울시 보호야생종 6종 등 총 33종의 조류가 살고 있다. 간간이 멀리 들리는 도로의 차 소음 외에는 꽤 한적하고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길로, 완연한 봄엔 아직 이르기에 푸른 잎과 꽃들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둔촌동’ 이름의 시작
정상의 해맞이 공원에 가기 전 둔촌 이집 선생의 둔굴이 있다.
1327년 충숙왕 14년부터 1387년 우왕 13년 이집 선생은 고려말에 등용된 대학자로, 공민왕 17년 신돈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일시 은거하였던 곳이다. 은거 동안의 고난을 자손 후시까지 잊지 않기 위해서 호를 ‘둔촌’으로 바꾸었다. 현재 둔촌동의 동명 유래는 이집의 호인 둔촌에서 비롯된 것이다.
둔굴을 지나 정상 즈음 해맞이 공원이 나온다. 동쪽의 전경은 나무들로 시원하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굽이굽이 완만한 경사를 오르내리면 어느새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이 나온다.
면적 12만5021㎡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은 총 57면이다. 길동생태공원과 허브천문공원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최대한 자연지형을 살려 만든 친환경적 캠핑장이다. 아파트 밀집지역 한가운데 있어 도심 속 피서 분위기를 내기에 적당하다.
- 이용기간 : 매년 3월 1일 ~11월 30일
- 이용시간 : 13:00 ~ 익일 11:00

그 바로 앞에는 허브 천문공원이 있다.
허브원과 자생원, 관천대, 전망데크, 산책로 등이 조성되어 있는데, 야간 이용자를 위하여 공원 바닥 곳곳에 282개의 오색 별자리 조명을 설치함으로써 시시각각으로 색상이 변하는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허브천문공원 카페도 길동생태공원을 바라보며 차 한 잔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잘 가꾸어진 생태공원
마지막 코스로는 길 건너 길동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한데, 일자산 숲이 자연스러운 야산의 숲이라면 길동생태공원은 잘 가꾸어진 숲길이다. 깔끔한 나무 데크길에 다양한 숲길로 가족과 함께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길을 걷다가 도시락이라도 까먹고 싶은 풍경이지만 외부 음식은 반입금지라 하니 좀 아쉽긴 하다.

숲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모습의 걷는 이들을 보게 된다. 노인의 외로운 걸음 뒤안길은 인생의 무게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삼삼오오 젊은이들의 씩씩하고 쾌활한 걸음은 흐뭇하게 비켜주는 마음이 생긴다. 손 꼭 잡고 걷는 중년부부의 우정 어린 걸음은 뭉클하기까지 하고,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의 발걸음에서는 사랑이 묻어난다.
예약 : 02-489-2770

대지의 힘을 얻으며
걷는다는 것은 마음의 뭉침을 풀어주는 대지의 마사지와도 같다. 땅과 하늘, 바람, 자연이 내게 주는 것은 ‘내려놓음’이며 또 다른 ‘채움’이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가는지 길 위에서 길을 찾고 물으며 걷는다.
일자산 숲길은 주변 공원 조성도 잘 돼 있고 길도 편해 혼자든 함께든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코스로 걷기 참 좋은 숲길이다. 완연한 봄의 소식을 매일 걷는 숲길에서 더 빨리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글=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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