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 위해…붉은 고기와 설탕 줄여야

지구의 역사를 지질학이나 고생물학에서의 주요 사건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를 살고 있다. 홀로세는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로 충적세(沖積世) 또는 현세(現世)라고도 부를 수 있다. 이는 지질 시대의 마지막 구분으로 유럽의 대륙빙상 소멸을 기준으로 정의된 구분이다.
최근에는 현세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인류세는 노벨 화학상을 받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홀로세 중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개로 분리하자는 주장이다.

환경 훼손의 대가를 치르는 세대
인류세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첫 번째 핵실험이 실시된 1945년을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본다. 1950~60년대의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온실가스 방출, 연간 3억 톤 가량의 플라스틱 배출, 콘크리트 등의 물질과 한 해에 600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고기의 닭뼈 등이 인류세의 최대 특징으로 꼽히는데 현재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지구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즉, 인류세란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지구는 지금까지의 안정적이고 길들여진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고, 엘니뇨·라니냐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도 근본적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렇게 지구에 강렬하게 자기 흔적을 남기고 있는 인류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빠르게 올라가고 다양한 생물종들은 멸종되어 가고 있다.

인류세에 우리가 먹어야 할 음식은?
인류세라는 용어가 불러일으키는 지구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타고 요즘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인류세 식단’이다. 지난 1월에 스웨덴의 한 민간단체인 이트-랜싯위원회(The EAT-Lancet Commission on Food, Planet, Health)가 발표한 이 식단은 2050년에 인구 100억 명에 달할 시대를 대비해 인류와 다른 생물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구성되었다. 영양학과 농업, 환경 부문의 연구진 37명이 구성한 이 식단은 하루 평균 2,500칼로리 섭취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인류세의 기본식단>
견과류 - 50g / 콩- 75g / 생선- 28g
계란 - 13g (일주일에 한 개 남짓)
육류 - 붉은 고기 14g, 닭고기 29g
탄수화물 - 통곡물 232g,
녹말식품 50g
유제품 - 250g(우유 1잔)
채소 - 300g / 과일 - 200g

✽ 추가식품
불포화 지방(올리브유 등) 40g
포화 지방 11.8g / 설탕 31g

이 식단을 따르려면 전 세계적으로 붉은 고기와 설탕은 절반으로 줄이고 견과류나 과일, 채소 소비량은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한다. 실상 나라별로 늘이고 줄여야 하는 식품의 종류는 차이가 나는데 북미와 유럽의 경우 붉은 고기를 줄여야 하고 남아시아의 경우는 늘려야 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고기는 줄이고 채소 소비량을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유익한 조절
인류세 식단을 따르면 심장질환과 암 사망자를 연간 1100만 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의 최소화, 음식물 쓰레기 감소, 식량 위기 감소라는 전 지구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위의 식단을 눈여겨보시라. 지금 내 식단에 어떤 음식이 더 필요하고 어떤 음식을 덜어내야 할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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