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잡-정리의 힘 / 대한민국 제1호 정리컨설턴트 윤선현 대표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을 만든 사람, 그래서 대한민국 1호 정리컨설턴트인 윤선현 대표(베리굿정리컨설팅․사진)에게 ‘정리의 힘’에 대해 묻는 것은 당연하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자신의 일상을 바꾼 정리의 힘을 경험했고, 그것을 세상에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정리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그는 10년 가까이 전국을 다니며 2천여 건 이상의 컨설팅을 하는 동시에 정리컨설턴트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랍 정리가 가져다준 변화
“정리는 제 삶에 드라마틱한 반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야근이 일상이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는 늘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고, 실수가 잦아서 똑같은 일을 두세 번 해야 했습니다. 할 일들을 빼놓기도,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자격지심에 시달렸고, 에너지가 바닥난 채 겨우 하루하루를 버텨내야만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때 우연히 만난 몇 권의 책으로 ‘작은 정리’를 시작하게 된 것. 매일 남보다 조금 먼저 출근해서 책상 위에 필요 없는 물건부터 정리하고, 서랍을 정리하고, 서류함을 정리했다.
“그랬더니 지갑 하나, 업무 폴더 하나를 제대로 정리하면 인생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결국 윤 대표는 ‘정리’에 대한 모든 것을 섭렵해, 정리컨설턴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베리굿정리컨설팅’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회사명 베리굿(very good)은 정리를 다한 공간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말입니다. 이것은 조물주가 자신이 만든 세상을 보면서 처음으로 한 말인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과 같은 말이지요. 왜 ‘완벽하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보기 좋다’고 하셨을까요?”
윤 대표는 우주를 이루는 공간, 시간, 인간과 같은 것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사이 간(間)’이 쓰이는데, 이는 비어 있는 틈,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마치 슬라이딩 퍼즐처럼 어떤 것이든 ‘변화’하기 위해서는 비어 있는 한 칸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만든 세상을 ‘보기 좋다’라고 한 까닭은 바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 아니었을까요? 물건이든, 사람이든 각자의 삶의 풍경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그 변화의 가능성을 전제하는 질서를 만드는 것, 완벽함이 아닌 ‘보기 좋을 정도의 정리’ 그것이 제가 전달하고 싶은 정리의 의미이며 철학입니다.”

삶의 객관화 작업 필요
정리컨설턴트로 살아가며 만난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집에 가서 ‘옷 걸기’부터 하도록 훈련시켰다. 정리가 안 되는 그녀는 남편과의 갈등이 있었는데, 그 작은 습관인 옷 걸기부터 시작하자 변화가 생겼다고.
“그게 삶의 아주 중요한 질서이니까요. 인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질서를 깨는 행동을 하지요. ‘삶의 객관화’ 작업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매일 같은 각도에서 자신의 방을 사진 찍어보게 하는 등 객관화 작업을 할 때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게 되고, 정리를 통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때 그동안 갖고 있었던 인생의 꼬인 매듭도 풀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최근 그가 저술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에는 이밖에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한 정리에 대한 깨달음이 실려 있었다.

- 나에게 맞는 질서를 찾기 위해서는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순수함으로 돌아가, 물건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왜 이걸 여기에 뒀을까?’

- 한 사람에게 내맡겨진 일이 반복되면 누구라도 숨이 막히는 순간이 온다. 하루라도, 24시간 중 몇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루와 삶의 마디마디에 집중할 시간과 자유. 그래서 나는 정리를 권한다.

- “이 물건을 버리지 않고 둘 가치가 있을까?” “나에게 정말 소중한 일은 무엇일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해야 할까?” 지금보다 질서가 잡힌 삶을 원한다면, 정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좀 더 부지런해지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하기 보다는 바쁜 삶을 멈추고,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으면 한다.

- 사람들이 정리만 했을 뿐인데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물건과 함께 집착, 과거, 죄책감도 같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공간 정리에 빗대자면 쓰지 않는 물건을 효율적으로 수납하는 것이야말로 쓸모없는 일이다.

또한 “만약 주위에서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란 질문에 윤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르게 사는 이들의 공간을 경험하게 해보세요. 친구들 집에 가거나 혹은 초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심적으로 부담되는 사람을 초대하고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러나 일방적으로 정리해주면 안됩니다. 반드시 본인이 정리에 참여해야 물건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머릿속도 정리가 됩니다.”
“결국 우리는 물건을 어디에 둘지, 어떻게 쓸지, 아니면 버릴지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시간뿐 아니라 현재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리를 하면 할수록 각자에게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것이 불필요한지를 능숙하게 판단하게 되어 결국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바라는 삶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10년 가까이 타인의 집을 정리하며 깨달은 정리라는 것은 누군가의 SNS 속 말끔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만드는 유동적인 질서이자 지속적인 삶의 철학입니다. 저희에게 정리를 의뢰하셨던 분들이 하셨던 말씀 중에서 ‘왜 진작 버리지 못했을까요? 그동안 쓰레기들을 집에 모셔두고 살았네요’가 기억납니다. 정리는 이렇듯 사물과 시간, 관계의 모순을 풀어내고 각자의 질서를 정립해가는 과정입니다.”

진짜 귀한 것을 찾기 위해
윤 대표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어 살고 있다. 장인, 장모님과 처제 부부, 아내와 딸까지 모두 여덟 식구가 한 집에 모여 살고 있는 것. 요새 보기 힘든 대가족을 이룬 이유는 전세값 폭등과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그 귀한 ‘시간’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의 영역을 공유하는 것은 공간뿐 아니라 물건, 시간, 관계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물건을 쓰면 ‘내 것’에 대한 집착과 과시욕이 사라지게 되고, 음식을 함께 지어 나눠먹는 것이 서로의 삶과 온기를 나누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온전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뿐임을 알게 해줍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공간, 관계 등에 관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고 있는가. 판단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짐을 치우는 것이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가방을 다시 꾸리는 것입니다.”
봄이 오고 있다. 묵은 때, 묵은 짐 훌훌 털어버리고 ‘변화’가 가능한 틈을 만들어야 될 때이다.

이경남 기자

<윤선현 컨설턴트의 ‘물건 정리 원칙’>

1. 공간을 정리한다는 것은 ‘비움’과 ‘채움’으로 각자의 인생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필요할 때 채우세요. 모든 물건은 사용할 수 있을 만큼만 남기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눈에 띄는 순간 비우세요.

2. 완벽한 정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완벽하기보다 꾸준하게 정리하려는 마음을 가지세요. 오늘부터 한 가지 물품씩, 하루 15분 정도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정리를 시작하세요. 비워내기 위해서는 어질러질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3.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면 급하게 구매하지 마세요. 빠른 결정은 신중한 판단을 방해합니다. 물건을 살 때에는 머뭇거림이 오히려 유용할 수 있어요. 딱 5분 정도라도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방금 놓친 홈쇼핑 상품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다 살 수 있습니다.

4. 정리는 그 순간 보기 좋은 것을 목적으로 하면 금방 무너집니다. 정리를 하는 까닭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함을 잊지 말고, 무엇보다 ‘넣고 빼는 일’이 쉽고 편해지도록, 빠르게 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5. 가족 구성원들이 정리된 공간에서의 편안함과 여유, 행복감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집은 이후에도 정리를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과 정리된 공간에서 살아보세요. 정리 후의 평안을 경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리로 삶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6.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세요. 스스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임을 깨닫게 되면 그 후로는 유사한 물건을 다시 구입하지 않게 됩니다.

7. 물건을 정리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을 내는 일입니다. 시간을 내어 자신이 어떤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는지 재고를 파악하세요. 닫힌 서랍을 여는 시간이 결국 삶의 변화를 만듭니다.

8. 수많은 정리방법론에 휩쓸리지 마세요. 자신의 공간과 물건, 삶의 방식과 성격, 가치관 등을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자신만의 정리원칙을 만드세요.

9. 삶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생기거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정리를 해보세요. 소중하고 한정된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지, 우선순위를 따지는 과정에서 삶의 목적이 선명해집니다.

-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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