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정리’하라!

에너지의 세계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빛’으로 드러나고,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간다. 그런 보이지 않는 활동 덕에 개인은 먹고 마시고 활동하고 있으며 가정이 유지되고 도시가 발전한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에너지, 그중에서도 전기 에너지는 우리 삶에 가장 밀착된 에너지다.
그 전기 에너지는 전원이 켜 있지 않을 때도 전력을 소모한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 움직일 태세를 갖추고 몸을 풀고 있다는 말이다. 마치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몸을 푸는 불펜 위의 구원투수처럼. 이를 대기전력(standby power)이라고 한다. 즉,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전기제품이 소비하는 전력이다. 기계 동작과 관계없이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라서 전기흡혈귀(power vampire)라고도 부르니 어떤 제습용품 이름이 떠오르기도.

모든 전자제품은 대기전력을 소모한다?
그렇다고 모든 전자제품이 대기전력을 소모하는 건 아니다. 동그라미와 막대기로 이루어진 익숙한 전원 버튼이 두 종류라는 사실을 인식한 적 있으신지? 그 안에 답이 있다. 전원 버튼에 막대기가 완전히 들어가 있는 아이콘을 가진 제품은 대기전력이 없는 제품이다.
지금 TV리모컨, 세탁기, 에어컨 등의 전원 버튼을 한 번 살펴보라. 만약 대기전력이 없는 제품이라면 굳이 플러그를 뽑지 않아도 전기를 소모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대기전력의 대안 멀티탭
하지만 제품의 전원 버튼을 살펴보면 아마 동그라미 밖으로 막대기가 살짝 나와 있는 아이콘이 대부분임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전원을 꺼도 TV 셋톱박스는 약 12W, 스탠드 에어컨은 5W, 전자레인지 3W, 비데 2W 정도가 소비되고 있는 것. 이처럼 집안 곳곳에 있는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합산하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많은 전력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전력을 차단하려면 전력 소비량이 큰 제품을 중심으로 사용량을 줄이거나 제품을 쓰지 않을 때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플러그를 뽑는 방법도 있고, 멀티탭을 이용해 제품을 사용할 때만 스위치를 켜는 방법이 있다. 멀티탭의 스위치를 끄면 플러그를 뽑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매번 플러그를 뽑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8위다. 이는 우리의 전력 소비가 너무 많으므로 가정에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근거 수치가 되곤 한다. 하지만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만 따지면 한국은 26위로 하위권이라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즉, 산업용 전력 소비량을 포함할 때에야 8위라는 성적표가 나온다는 것. 이런 사실은 여러 함의를 지니고 있다.
근본적 대책으로는 산업용 전력 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숨겨진 의미 중 하나다. 그를 위해 한 명의 시민으로서 구조적 문제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며 한편으로는 오늘 내가 전력소비를 줄여나갈 수 있는 일상의 실천부터 해나가는 일 또한 필요할 것이다. 플러그를 뽑고 멀티탭을 설치하는 작은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대기전력을 잡아나가는 것부터.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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