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저는 무척 장난꾸러기였습니다. 하루는 골목에서 아이들이 긴 고무줄로 뱅글뱅글 돌리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로 통과하다 뒤가 걸렸던지 자전거는 붕~ 높이 날아올랐고, 제 얼굴 전체가 아스팔트에 갈리게 되었습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부모님이 일하시는 가게로 찾아갔습니다.
“어서 집에 들어가서 약 발라라.”
손님들 때문에 제가 끼어들 틈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여전히 장난꾸러기였고, 매일 크고 작은 사고를 쳐댔습니다. 다리에 깁스를 하고 싶어서 2층에서 뛰어내리기도 했고, 친구는 제가 뛰어다니던 곳을 따라 밟다가 똥통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수감자 자녀들을 만났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사진전을 구경하거나 밤기차를 타고 가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함께 모여 자신이 찍은 사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아이들이 너무 착해 빠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나면 만날수록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의지적으로, 의식적으로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 앞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침묵해야 했을까요? 그들의 착한 모습 속에서 저는 슬픔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약을 발라주시지는 못 하셨지만, 항상 그 자리를 찾아가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있어야 할 자리, 그 자리가 부재하다는 것은 얼마나 큰 아픔일까요?
그래서 함께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는 것으로 우리가 할 수 없는 것 너머에 주님이 일하실 거라 믿으며.

이요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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