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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어렵지만 가야 하는 길”
영화선교사 이성수 감독
[228호] 2019년 01월 01일 (화)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용서는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의무입니다. 저는 전작 ‘뷰티풀 차일드’를 제작하며 피해자인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가해자인 백인을 용서하라고 권면했고, 그것은 선한 동기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과 당사자 입장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저에게 3번에 걸쳐 일본 방문을 하게 하시고 ‘일본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제게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아는 데 행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십자가에서 자신을 고난 가운데 밀어 넣고 못 박고 창으로 찌르는 가해자들을 용서하셨습니다.”
학대받은 캐나다 원주민들의 상처와 용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뷰티풀 차일드>를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성수 영화감독(사진)이 이번에는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으로 돌아온다. 영화 <용서를 위한 여행>은 한국과 일본의 화해, 용서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교회와 성도들의 헌금으로 모아진 3억 3천만원을 제작비로 23개월이란 대장정을 거쳐 제작됐다. 또한 찬양사역자인 나무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기타리스트 함춘호, 성우 장민혁 집사, 김복동 화백 등이 재능기부로 합력했다.

“영화를 제작하려고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료 조사를 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현재 진행 중인 독도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접하면서 점점 더 일본을 용서하기 어려워하는 제 내면과 직면해야 했지요.”
이성수 감독은 그래서 제목을 <용서를 위한 여행>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용서해야 하지만 용서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자전거로 떠난 용서의 여행
“일본의 근대화와 군국주의화 과정에서 일본은 도쿄에서 시모노세키까지 철도를 놓고 시모노세키에서 부산까지 뱃길을 열고 다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철도를 놓은 다음 정치가들과 군인들과 상인들을 실어 날라 우리나라를 유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길을 거슬러가며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그 길을 12명의 순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십자가 고난의 순례를 한 것이지요.”
자전거 순례의 의미와 여정을 밝히고 참여자를 모집했고, 지난해 9월 18일부터 10월 21일까지 34일간 최연소 10세 초등학생을 비롯하여 김인중 목사(안산동산교회 원로), 최경묵 목사(자전거교회), 개그우먼 조혜련, 플루티스트 송솔나무를 포함하여 최고령자인 김명수 목사(경성대 명예교수, 70세) 등 12명이 서울에서 도쿄까지 2300km를 자전거로 종주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그 여행기 외에 일본이 왜 신사참배를 중요시하는지, 왜 한국을 침략했는지 감추어진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이것을 계획할 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저를 말리셨는지 몰라요. 비난받을 거라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저조차도 이해 안 되는 그 일을 그분이 시키셨기에 떠나본 거지요. 마태복음 6장에 나온 말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를 우리가 믿고 고백한다면 말입니다.”
유일한 일본인 참가자 20살 키도 유이는 자전거 여행 중 일본인이 저지른 역사에 대해 자각하고 눈물을 흘렸으며, 한국에 세워졌던 신사터를 발굴하며 회개기도운동을 벌이는 다키모토 노조무 목사(신시로교회)는 일본을 영적으로 어둡게 한 본거지로 야스쿠니 신사를 지목한다. 또한 오야마 레이지 목사(도쿄성서그리스도교회 원로)는 신사참배를 강요한 일본교회를 대표해 용서를 구하고 일본교회가 과거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일본교회의 부흥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촬영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자신의 마음속 미움의 크기만이 아니었다. 우리보다 개신교 역사가 30년이나 빠르지만 천황숭배와 8만 개의 신사, 8백만 개의 우상들에게 짓눌려 복음화가 0.4%에 머물고 있는 그래서 신음하고 있는 나라 일본, 용서할 수 없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1500명의 한국인 선교사가 땀과 눈물로 섬기는 나라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어둠 속에 갇힌 1억 3천의 영혼에게 용서의 복음으로 빛을 던지고자 작은 카메라 하나 들고 현장 속으로 발걸음을 뗀 것입니다. 제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뷰티풀 차일드’를 시작할 때도 자살을 시도하려는 단 한 사람의 원주민이라도 영화를 보고 살아있음을 선택한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학대당했던 피해자들이 평생 누군가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들을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캐나다 정부의 원주민 정책 중 하나였던(5~16세의 원주민 아이들을 교육이란 미명 아래 가족에게서 떼어내 생활하게 함) ‘기숙학교’에서 200여 년간 성폭행, 구타, 비하 등 각종 학대와 폭력에 시달렸던 인디언들의 문제를 드러낸 것.
“결과적으로 영화는 자살을 하려던 많은 원주민들에게 피해자의 특권인 용서를 가능케 하였고, 그들은 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새 생명으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미주의 많은 한인교회들이 원주민에게 나아가기로 결단했고요.”

충무로 영화감독에서 영화선교사로
자신을 대한민국 제1호 ‘영화 선교사’라고 소개하는 이성수 감독은 충무로 영화감독 출신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1983∼86년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연출하던 시절 한국연극제에서 미래를 이끌 젊은 연출인 3인에 선정된 바 있다. 또한 91년 대종상영화제에서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94년 한·일합작 영화 <어린 연인>을 마지막으로 충무로를 떠났다.
“4대째 모태신앙인이었던 제가 하나님을 떠나 있었어요. 제 마음대로 살았지요. 제 삶은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를 위해 기도하던 동료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나님이 이 감독님을 정말 사랑하십니다’라고요.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다시 하나님께 나아갔지요.”
먼 길을 돌아 문화 사역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성수 감독은 하나님을 다시 만나고 본격적으로 영화선교사가 되게 된 그 시간 사이 많은 것을 겪었고, 이제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왜 부담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영화 ‘뷰티플 차일드’를 본 백인 목사들이 ‘우리가 진실을 보지 못하니 하나님께서 태평양 건너 한국인 감독을 데려다가 알게 해주셨다’며 고마워 한 일은 지배자 백인들의 역사를 지적하고 정죄하기보다는 그들이 화해자,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 거듭나게 하려는 데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단어가 아닙니다. 무지한 자와 아는 자를 구분 짓는 단어입니다. 죄에 대해 아는 자가 먼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천의 모습입니다. 용서의 관문을 통과해야 화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여정은 그 모습을 담기 위한 걸음입니다. 용서의 몸부림 그 출발선에 서보자는 것이지요.”
영화는 내년 3월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6개 광역시도 교회에서 지역 홍보 및 상영 집회, 시사회 등을 가질 예정이다.
상영문의 : www.fishtree.kr / 010-4772-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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