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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서로를 돌보는 이유
고은이의 나무읽기 <5>
[228호] 2019년 01월 01일 (화) 박고은 @
   
한때 저는 고요한 숲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이에게 냉소적이었습니다. 숲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하는 말 같았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은 생존과 생장에 꼭 필요한 물과 양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밀하게 내딛고, 빛을 더 받으려고 다른 나무에 질세라 위로 뻗어나갑니다. 그러니 숲속 나무들도 저마다 ‘적자생존’을 위한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에 제작된 영화 <아바타>에서의 한 장면은 저의 생각에 다른 창을 내어주었습니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등장인물을 위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데, 그 모습이 그곳에 있는 나무들의 뿌리가 촘촘한 망을 이루어 서로 연결되어있는 것과 중첩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개체들이 연결되어있는 그 모습은 저만 살기 위한 치열함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돕는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최근 여러 학자들에 의해 나무가 서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곰팡이균사가 서로 다른 나무의 뿌리와 뿌리를 연결해주거나, 혹은 서로 다른 나무 간의 뿌리가 직접 맞닿은 부위를 통해 물질신호를 주고받음으로써 위험신호를 보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나무는 자신에게 있는 양분을 주변의 어린나무들에게 배분해주기도 한다니, 소통을 통해 서로 돌보는 나무들의 신비가 경이롭습니다. 그런데 자연선택설, 무한경쟁, 적자생존의 시각으로 들여다보자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기는 합니다.
어째서 나무들은 서로 소통하며 돌보는 것일까요?
바로 이웃하는 나무들이 건강하게 살아주어야 자신(나무)도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아고산 일대(고도 1,000m 이상 되는 곳)에 분포하고 있는 상록침엽수림이 무리지어 죽는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 이 숲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저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이슈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한라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의 산림에서 모두 죽어버리면 멸종하게 됩니다. 즉, 이 지구상에서 삶의 터전을 영영 잃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구상나무만 나무냐, 구상나무가 죽은 자리에 다른 종이 들어와 살겠지. 죽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우리가 어떻게 순리를 거스르냐’라며 너무 호들갑 떨지 말라는 듯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고산 일대는 가뜩이나 물도 부족하고 토양의 깊이도 깊지 못한데다가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무들이 살기에 참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어렵게 살아남은 나무들이 죽게 되면 그들이 이루고 있던 숲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나무 한그루가 사라지면, 나무로 인해 드리우던 그늘이 없어지니 빛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토양의 환경이 달라지고 그 아래 뿌리내린 이들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그 나무로 인해 조성된 환경에 기대어 살던 다른 나무와 크고 작은 생물들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무의 죽음은 결코 그 무게가 작지 않습니다.

나만 살아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도 연결되어있으니 서로 돌보기 위해 마음과 우리의 가진 것을 할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박고은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임업연구사로서 우리나라 산림의 기후변화 적응, 높은 산의 침엽수가 후대를 잇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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