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과 권수영 교수

‘내가 왜 이러지?’ 어느 날 자신이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지쳐서 한마디도 할 수 없을 때가 올 지 모릅니다. ‘나를 안아주다’는 스스로 그런 자신의 심리적
위기를 이해하고 미리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기획으로, 나를 안아줄 때 결국 다른 이들도 안아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힐링된 게 맞을까
“힐링이란 단어가 핵심단어로 올라간 즈음, 자살률이 올라갔습니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소위 ‘자살송’이 인기라고 하고, SNS와 인터넷 사이트에는 청소년들이 자신을 자해하고 찍은 사진을 인증하며 올리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대, 우리는 정말 ‘힐링’을 잘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맞을까요?”
25년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치유와 성장을 일궈온 상담학자 권수영 교수(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 상담·코칭지원센터 소장·사진)는 이렇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보다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는 시기라는 것.
“지금까지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왔습니다. 상처 많은 과거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은 인종이나 나이, 성장배경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자기(自己, The Self)’를 잘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혼을 놓쳤다
그러니 ‘자기’를 제대로 찾아내고 스스로를 사랑할 힘을 회복하게 될 때 치유는 일어난다는 것.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혼’입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특별한 숨을 쉬는데, 바로 ‘영혼의 숨’을 쉽니다. 그 숨을 제대로 쉬어야만 인간은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생명의 선물로 받은 숨을 자각하며, 그 숨을 이웃과 나누어 쉴 때에야 나는 나의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권 교수가 말하는 영혼은 인간이 지닌 굉장한 신적 자원이지만 이를 십분 활용해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영혼의 숨을 나눌 수 있는 존재 필요
‘혼자’ 문화의 돌풍 속에서 이웃과 영혼의 숨을 나누어야만 살 수 있다는 권 교수의 주장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나의 영혼은 나와 연결된 타인과 이웃과 함께 숨을 쉬어야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사회에서 어른이 되면서, 상처로 인해 마음 문을 닫으며 어느덧 ‘함께’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렸고, 그래서 숨이 막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나와 함께 영혼의 숨을 공유할 따뜻한 대상이 있다면 영혼이 성장하게 되고 잊어버렸던 영혼의 숨 쉬는 법을 다시금 기억하게 됩니다. 믿을만한 누군가일 수도 있고, 전문상담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영혼이 소통하고 돌봄을 받게 되면, 그 숨으로 자신도 살고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게 되고, 결국 그 사람들도 숨을 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혼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꼭 숨을 함께 나누며 살 사람을 찾고, 어렵다면 전문가를 만나라고 권유한다.
“정신분석가 하인즈 코헛은 인간이란 종족은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특별한 산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은 산소가 없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생존하는 것보다, 남들과 공감할 수 없는 심리적인 공간에서 생존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심리적인 산소’는 바로 공감(共感)이라고 요약했습니다.”
“전 그런 의미에서 교회공동체가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공동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한 아이들이 교회에서도 똑같이 평가받을 때가 있습니다. 세상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사회 가치가 똑같이 기능한다면 그것은 ‘영적 공동체’가 아닙니다. 초기 한국 개신교 공동체를 기억해보십시오. 세상에서 무시 받았던 하층민들이 교회공동체에 와서는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최근 권 교수는 저서 <나도 나를 모르겠다>를 펴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혼을 가진 인간존재를 다시 발견하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영혼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판단에 의거해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한다. ‘남의 눈으로 살다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영혼을 자각하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 교수는 생명을 느끼고 나누는 호흡법을 틈틈이 실천하고, 어린 시절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상상의 힘을 되살리며,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숨’을 불어 넣으며 영적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말-숨을 자신에게 불어 넣으면 안 됩니다. 영혼이 가장 좋아하는 말-숨은 감사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게 되면 따뜻한 온수 같은 말-숨을 통해 영혼에 온기가 순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 나에게 사랑이 꽉 차게 되면 당연히 남에게 흘러넘치게 되는데 내 몸처럼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새로운 일을 맡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롭게 나를 발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누군가를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안아주는 것, 잊고 있던 영혼이 얼마나 큰 자산인줄 깨닫는 것이 먼저이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다정하고 단정하고 단단한 삶의 첫 단추인 것이다. 2019년을 새롭게 시작하며 그 첫 단추를 잘 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권수영 교수는 동 대학의 상담·코칭지원센터 소장과 국내 상담분야 7개 단체의 연합기구인 (사)한국상담진흥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학위와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한 상담학자로, <부모의 공감교육이 아이의 뇌를 춤추게 한다>,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 등의 저자이며, 국내 상담 전문가들이 선진국처럼 제도적으로 국민정신건강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상담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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