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심재두 의료선교사 이야기

서양 의료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였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전 세계에 의료선교사를 보내고 있다.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삶을 뒤로 하고 선교현장으로 간 의료선교사들은 열악한 현장에서 의술을 통해 복음을 전한다. 내과의로서 15년 동안 알바니아에서 의료선교사역을 해오다 의료선교인 네트워킹 운동을 하고 있는 심재두 선교사, 그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의료선교사들의 땀과 눈물을 대신 글로 전한다. <편집자 주>

고등학교 3학년 때 의료선교사로 헌신한 뒤 하나님은 의과대학에 합격시켜 주셨고, 계속 선교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인도하셨다. 결국 1992년에 전문인선교훈련을 받고 부부 의료선교사(내과, 해부병리과)로 1993년에 동유럽 알바니아로 현장 선교를 시작하였다.
알바니아의 옛 이름은 ‘일루리곤’으로 사도바울이 1세기에 와서 사역한 곳이었다.
“내가 예루살렘으로부터 두루 행하여 일루리곤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편만하게 전하였노라.” (로마서 15:19)
바울의 역사적 선교를 기억하며 새로운 문화에 정착하고 의료인으로 면허를 받은 뒤 호흡기내과와 결핵병원에서 일하며 성경공부를 하고 팀으로 교회를 개척하였다. 후에 샬롬센터와 클리닉을 건축하여 많은 선교사들 및 단기팀들 그리고 현지인들과 샬롬교회 외 여러 교회 개척 및 사역, 어린이와 청소년과 대학생 사역, 다양한 의료사역을 하였다.
특히 전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센터 주변에 그리고 알바니아의 이웃나라인 코소보와 마게도니아까지 가서 사역을 하였다. 그렇게 사역하면서 꾸준히 해왔던 것이 있다. 25년간 일기를 써왔는데, 매일매일 자기 점검과 관리를 하면서 발견한 중요한 한 교훈을 아래에 소개한다.

누가복음 18장 1~8절에 나오는 과부는 억울한 일을 당해 재판장에게 가서 ‘지속적으로’ 호소, 결국에는 재판장의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늘 기도하면서 낙심하지 않는 기도 응답을 교훈하셨고, 선교사로 떠나기 전 나도 이 비유를 그렇게 설교했었다. 그런데 선교지에서 이 일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다.

알바니아 수도 외곽에 땅을 사서 클리닉을 건축하게 되었다. 설계도와 신청서, 법인서류와 기타 모든 서류를 다 준비하고 시청에 가서 허가를 받으려고 했지만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경비가 못 들어가게 할 뿐 아니라 들어간다고 해도 담당자를 만나기가 어렵고 일이 진행이 안 된다. 거의 자리에 없거나 문이 잠겨 있거나 있어도 서로 미루거나 서류만 받아놓고 처리를 미루고, 특히 오후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친구나 높은 사람을 통하지 않으면 참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이기에 더욱 어렵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무실 앞에서 기도하며 마냥 기다리는 것이었다. 경비와는 친분이 생겨 이제는 잘 들어가게 해 주는데 의자도 없는 복도에서 일주일에 2~3일씩 계속 기다려야만 했다. “시청에 가서 오늘 뭐하고 왔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몇 시간 기다리고 왔다고 하면 “아이구!” 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러기를 몇 개월, 시청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설명을 하니 자기가 담당자에게 가서 말을 해 주겠다, 내가 그 친구 잘 아니 도와주겠다고 말들을 해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사람 저 사람이 가서 계속 얘기를 하니, 내 서류를 맡은 담당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성경 속 재판장이 받은 번거로움처럼 그것이 쌓이기 시작하자 결국에는 서류를 잘 처리해주었다.
기쁨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그 날, 누가복음 18장이 생각났다.
‘아! 지속적으로(persistent) 하면 결국에는 응답이 오는구나’를 깨달은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후 6군데 관청(수도국, 전기국, 소방국, 보건복지부, 지역보건소, 세무서)에 가서 서류를 받는 일과 건축 후 승인을 받는 일, 등기소에서 소유권 받는 모든 일에서 과부와 같이 끈질기게 기도하며 진행하니 결국 모든 서류가 구비되었다. 이 모든 일에 약 5년이 걸렸다. 인내와 낙심을 넘어선 끈질긴 기도는 결국 선한 끝을 보게 된다는 것을 선교현장에서 배웠다.

“하나님께서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누가복음 18:7)

심재두
내과 전문의이자 선교사로 알바니아에서 교회 개척과 의료 사역을 하였으며, 현재 KCMF 선교부 이사장, 한국로잔위원회 전문인사역위원장, 의료선교협회 이사 및 하나반도의료연합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의료 선교 부흥을 위해 한인 의료 선교사 네트워킹을 하며 의료 선교 관심자와 헌신자들을 모으는 7000네트워크운동(www.7000m.org)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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