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가기 여행’ <끝>

미련했다. 우리나라를 그렇게 얕잡아보았다니…. ‘보름 정도 휙 둘러보면 되겠지’ 그러며 시작했었다. 출발하고 채 사흘을 채우기 전에 그게 터무니없는 계획이었음을 느끼게 되었지만.
서울을 떠나 평택-칠갑산-대천-부여-김제-지리산-임실-고창-함평-나주-목포-진도-해남-완도-소록도-여수-남해-통영-거제-김해-부산-우포늪-경주-원주-양평 그리고 다시 서울, 이렇게 돌았다. 볼거리를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고, 나름 ‘생각의 자리’를 찾겠다는 걸음이었다.
보름은 정말 부족했다. 그게 어디이든 거기를 알고, 만끽하기 위해서는 사오일은 머물러야 했는데. 적어도 아침을 맞고 저녁은 보았어야 그곳을 느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정해진 걸음을 재촉하며 ‘그래, 다음에는’ 하며 마음을 달랬다.
서울을 나가는 마음은 ‘발길 가는대로’였다.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서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았다. 아내의 마음을 곧추 잡게 하려는 말, “잠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찜질방에서 쉴 거요.” 그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숙소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부담이 되지도 않았다. 도시마다 호텔단지가 있었고, 깔끔한 모텔의 숙박비가 평일의 경우 4만~6만원, 게다가 조식까지 준비해주는 곳이 여럿이었으니. 전에는 경험치 못한 일이어서 그런 변화가 반갑고 고마웠다.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곳 하나를 들라면 ‘우포늪’을 짚을 것이다. 억천만겁의 세월이 고인 우포늪, 우리가 간 그날은 마침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받아야 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우포늪과 더불어 그 비에 넉넉히 젖고 싶었다. 머지않은 언젠가 우리도 흙으로 가고, 그 세월에 고일 것을….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서울은 으레 타향이고, 서울을 벗어나면 모두가 고향’이라고 했다. 그런데 살았던 고향도 가족친지가 없으니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 고향은 풍경이 아니라 푹 익은 인연, 사람의 만남이 아닐까?

임종수
큰나무교회 원로목사·아름다운동행 초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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