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우리들의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른들 앞에서 예수님 탄생 스토리 성경 암송을 하고 연극을 하며 특별한 순서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에 맞춰 아기 예수를 안고 무용하던 생각이 나요.”
“새벽송을 돌 때도 가장 많이 부르지 않았을까요?”
“요즘 크리스마스 무드가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안 부르고 지나가는 해가 있을까요?”
아름답고 간결한 멜로디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앙에 관계 없이 많은 이들에게 가장 알려진 캐럴이 되었다. 올해는 이 곡이 만들어 불린지 꼭 2백 년이 되는 해로 그 곡이 만들어진 곳을 찾아 얽힌 이야기를 조명해 본다.

니콜라 예배당의 오르가니스트와 목사님이 작사·작곡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의 12월은 하얀 눈 속에 강바람이 매우 차가운 곳이다. 1818년,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한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은 의미 있는 저녁 예배를 위해 성 니콜라 예배당으로 모여 함께 찬양하며 감사기도를 드렸다. 예배를 마쳤으나 성탄의 벅찬 기운으로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을 때 초등학교 교사로 그 교회 오르가니스트인 프란츠 그루버 선생님이 기타를 들고 나섰다. 얼마 전 이 교회 조셉 목사님이 예수님 탄생하신 이야기를 가사로 주며 서정적인 멜로디를 붙여 보라고 해서 만든 노래가 있다며 전주를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처음 불린 저녁이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음악을 좋아하는 조셉 목사님과 그루버 선생님은 화음을 넣어 이중창으로 시작하고 성가대가 후렴을 따라 부르며 2, 3, 4절에서는 모두 다 같이 ‘왕이 나셨도다’를 찬양했다. 예수님의 탄생을 맞이한 감격스러운 밤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독일 라이프찌히 세계박람회에 불려
그 후 오스트리아와 이웃 독일 마을로 이 노래는 조금씩 알려지며 장갑을 만드는 4남매의 ‘슈트랏사 중창단’에게 불리게 되었다. 이들은 아름다운 화음으로 명성이 높아지던 중이었는데 마침 라이프찌히 세계박람회에 초청을 받게 되었다. 연주회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마지막에 이들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여 앞둔 그때, 청중은 분위기에 젖어 역시 후렴을 따라 부르며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반응을 보이고 바로 인쇄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악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곡이 만들어진 성 니콜라 교회를 찾는 이들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모여 각국의 언어로 노래하는 전통까지 생기게 되었다.
영어 가사로 성공회 존 프리먼 목사가 미국에 알린 후에는 대서양을 넘어 세계의 명작이 되어 크리스마스마다 곳곳에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전쟁터에서도 쉼을 갖게
1914년 크리스마스이브, 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 벨기에 이프르.
영국군과 독일군이 총을 겨누며 바라보는 가운데, 독일 쪽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그러자 영국군들도 따라서 불렀다. 그러면서 참호 주변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불을 밝히며 서로 총알이 아닌 단추, 모자를 던지다 음식과 초콜릿을 주고받았다는 따스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성 니콜라 교회
짤츠부르크 북쪽 독일과의 국경 근처에 있는 이 교회는 그 후 짤자흐 강의 범람으로 낡고 허물어져 새 기념 예배당을 짓게 된다. 세계적 캐럴로 유명해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넣은 우편엽서와 물품을 팔아 기금을 충당하여 120주년이 되던 해에 완공 예배를 드리게 된다. 이날 작곡자 그루버의 손자가 찬양하며 이 노래로 일어난 뜻깊은 얘기들도 나누었다.
이어 유네스코가 이 캐럴을 세계유산 무형 문화재에 포함시켜 명실상부한 세계 명작이 되게 하였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로 길이 남게 되었다.
또한 성 니콜라 교회는 그 노래를 낳은 특별한 장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올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불린 지 2백주년이 되는 해로 특별히 크리스마스이브 예배를 기획하며 참석할 사람들의 예약을 받고 있다.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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