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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선물이다
특집- 기록이 가져다주는 선물
[226호] 2018년 11월 01일 (목) 박명철 @
   
# 조문도 석사가의
공자께서는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 곧, 아침에 도를 들어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논어 ‘이인’(里仁) 편에 나오는 이 구절을 학생 때 들은 뒤로 오랜 시간을 두고 묵상해 왔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비로소 그 말의 의미가 조금씩 또렷해졌다. 아침에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나쁘지 않은 것, 이른바 ‘도’(道)라는 것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도’라는 글자 대신 내가 신앙하는 ‘하나님’을 대입하니 더욱 선명해졌다. 하나님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분을 알 수 있다면, 그분의 숨결을 느끼고, 그분의 위로를 누리고, 그분의 사랑에 충만할 수 있다면, 나는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이 사는 목적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광을 돌린다는 말은 어렵다. 애매하여 와 닿지 않는다. 그 말 대신 나는 또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인생의 목적을 이렇게 정의하고 나니 비로소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무하고, 실패한 인생일지라도 그러한 삶을 살아 결국 도달한 지점이 하나님을 더 잘 알게 된 자리라면, 나는 그 인생이야말로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정의하고 나서야 나의 부끄럽고 보잘것없는 인생도 결코 허송세월이 아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떠하든 나는 지금 하나님을 더 잘 아는 ‘여기’에 도달하게 되었으므로.
박노해 시인의 시 ‘세 가지 선물’에서처럼 이렇게 표현해 본다.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 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저 풍파 많고 웅덩이 많은 순례의 길을 바라보며 나는 감사할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이유, 곧 그분을 더욱 가까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아무리 부유하고, 높은 권세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 받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만약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서거나, 하나님을 아는 감각이 둔해져버리고 말았다면 나는 그의 삶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목적을 이렇게 잡고 나서 실제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착해져야지,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지, 그러면서 오늘 당장 드리워져 있는 절망의 장막도 거둬 내거나 견뎌낼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출렁대는 이 강을 건너고 나면 내가 알 수 없는 그 까닭이 드러날 것이므로. 그리고 그 까닭으로 말미암아 나는 하나님을 좀 더 잘 알 수 있을 테니까.

# 지나온 시간의 기록
물론 하나님을 안다는 말의 의미는 더 많은 묵상을 필요로 한다. 단지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을 아는 것보다 인생에서 더 가치 있고 중요한 목적이 없으며, 따라서 우리 인생은 어떻게 해서든 깨달음 곧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는 데 큰 가치를 두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
이렇게 전제를 하고 나면 큰 숙제 하나가 생긴다. 내가 살아온 시간, 또는 공동체로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깊이 생각하여 하나님의 시간과 연동시켜보는 일이다. 과연 내가, 또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하나님의 시간에 얼마나 공명(共鳴) 해온 것일까? 과연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내었고, 과연 하나님의 마음에 이르고자 애쓴 시간이었는지, 지금 하나님의 시간에 함께 공명하고 있는지…, 그걸 알아보는 일이다.
그러자면 반드시 지나온 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해보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기록의 끝, 기록의 종착지는 하나님이라는 큰 깨달음이어야 한다. 자서전이든 역사이든 결국 이 깨달음을 가장 치열하게 고찰하는 작업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기억과 기록’이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는 인생의 목적 곧 하나님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누리게 되고, 비로소 ‘이만하면 넉넉하다’는 한 마디를 선물하게 된다.
다윗도 아마 자신의 인생을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비로소 깨달았지 싶다. 그 깨달음의 일성이 곧 시편 23편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인생이 가져다주는 선물 중에 이보다 더 값지고 아름답고 위대한 무엇이 또 있을까.
그래서이다. ‘기록’이라는 행위는 단지 문자나 사진이나 영상으로써 현재나 과거를 남긴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기록이라는 행위는 마치 순례와 같아서 그 종착지에서의 감동을 예단할 수 없다. 기록이라는 이 순례의 길을 나서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나만의 ‘시편 23편’이 거기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인생의 비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자서전 쓰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나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틀림없는 하나의 현상을 발견하고 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60세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자신의 인생을 추억하고 기록하려는 ‘욕구’가 점점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욕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것은 욕구 같았다. 그리고 70세에 이르면 이 욕구는 매우 강력해져서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떻게든 ‘기록’에 집착한다.
아마도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평가받고 싶은 게 아닐까. 그것은 마치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보면 내 삶의 결실을 거두고 싶은 본능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물론 가장 공평하고 완전한 평가, 또는 해석은 나 자신의 몫이 아니므로 남겨두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나의 역사를 쓰면서, 또 쓰고 나서 비로소 깨닫는, 또 다른 ‘나’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이것이야말로 기록이 가져다주는 선물이며, 그것은 또 내 인생에 바쳐야 할 마땅한 오마주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 교회사의 다양한 형식
 우리 교회 가장 잘 반영하는 방식이 최선


교회 이야기를 어떻게 기록할까? 이런 고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얻은,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다. 함께 나누고 싶은 교회사 쓰기의 팁들이다.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들을 활용할 수 있다.

① 만화로 읽는 우리 교회 이야기는 어떨까?
모두가 읽자는 취지가 중요하다면 고민해볼 만한 형식. 그림 그릴 작가를 선정하고, 시나리오 작가를 선정한 뒤 작업하면 된다. 아무래도 파격적인 형식이니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② <역사신문> 같은 교회사도 좋다.
누구나 신문이라는 매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므로 신문 형식을 빌어 시기별로 헤드라인을 정하고, 그 의미를 짚어주는 기획기사나 사설 등을 기록하며, 인터뷰 등의 기법을 통해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미 <역사신문>이 출간되었으므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③ 학술논문 같은 교회사는?
학술적 부분을 제대로 강조하고 싶다면 아예 학술적 교회사를 써보자. 우리나라에 처음 교회가 들어오던 개화기의 한양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당 건물이 들어서고 백정 신분의 교인이 함께 예배드리는 풍경을 그려내며 그 시대의 사회적 의미들을 반추한 교회사를 기억한다. 훌륭한 사회학 논문이다. 이처럼 우리 교회의 다양한 의미들 속에서 어느 한 부분을 학술적으로 짚어 내보자. 사회학이든, 역사학이든, 정치학이든, 아니면 미학이나 건축학이어도 좋다.

④ 꼭 책이어야 하나?
아니다, 감동을 더하고자 하면 영상물도 좋다. TV에서 보는 멋진 다큐멘터리 물을 기획해도 좋지 싶다. 교회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전문인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는 일이어서 제작비와 제작 기간이 더 많이 소요될 수 있지만 그만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⑤ 교인들의 육성을 기록해도 좋지 싶다.
작가단을 구성하여 그들이 교인들을 인터뷰한 뒤 이것을 담아내는 형식이다. 이런 형식의 책들은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동행이 펴낸 동일로교회 30년사 <아름다운동행>을 추천한다.

박명철 기자
자서전 집필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아름다운동행 자서전 쓰기학교의 주강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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