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빨대 얼마나 쓰고 계신가요?

올 한해 가장 대중화된 환경 이슈를 꼽자면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를 들 수 있겠다. 혹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의 영상을 본 적 있는지? 2015년 코스타리카에서 발견된 이 바다거북의 코에는 약 10cm 가량의 일회용 빨대가 꽂혀 있었다. 바다거북의 코에서 빨대를 제거할 때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그 어떤 캠페인에서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해 준다(‘Sea Turtle Biologist’라는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영상이다).
인간이 일회용으로 쓰다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생명체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다룬 적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여름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겼던가. 스타벅스가 2020년까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반가울 뿐이다.
현재 하루에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는 전 세계적으로 수억 개인데 그 빨대가 자연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정도라고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플라스틱 폐기물은 잘게 부서져 바다생물에게 흘러들어갈 뿐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이미 너무 흔한 캠페인으로 누구나 아는 실천이지만 우리는 다시 한 번 카페에 가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머그잔에 주세요”, 테이크 아웃해 갈 때는 “텀블러에 담아주세요”, “빨대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머그잔에 달라는 말이 괜스레 유난을 떠는 행동 같고, 텀블러를 매일 세척해 가방에 넣고 다니는 일이 조금 귀찮고, 자연스레 꽂아주는 빨대를 거절하는 일이 조금 불편하다 해도.

교회, 어떤 실천 할 수 있을까
올 초 문을 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꾸준히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플라스틱 프리 살림 서약과 나눔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서약 내용은 되새겨볼만하다.

첫째, ‘비닐은, 플라스틱은 괜찮아요, 가방에 담아 갈게요’라고 말하겠습니다.
둘째, 나부터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항상 사용하겠습니다.
셋째, 비닐과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소비를 줄이고 최대한 재활용하기 위해 이웃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넷째, 교회에서 ‘플라스틱 없는 날(주일, 행사)’을 정해 하루 이상 실천하겠습니다.
다섯째, 플라스틱으로 고통 받는 사람과 바다 생명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겠습니다(1만원 = 필리핀 바세코마을 아이들에게 7kg의 쌀을 제공하고, '플라스틱 프리' 살림 캠페인 확산).


또한 ‘살림’은 지난 8월에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 텀블벅 후원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실생활에서 플라스틱 프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화유리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후원 선물로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최근에는 교회 카페의 플라스틱 프리 운동 참여를 권면하는 카페 방문 서포터즈를 모집해 구체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살림의 지난 운동들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이들이 있다면, 11월 5일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열리는 잡담회를 찾아가보자. 어떻게 하면 교회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 허심탄회하게 나눠볼 수 있을 듯하다(블로그 blog.daum.net/ecochrist 참고).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은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살려면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부터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쉬운 실천은 아니지만 플라스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하늘의 새, 바다의 물고기들, 우리 몸을 기억해야 합니다”라며 플라스틱 프리의 성서적 비전을 나눴다.
우리 시대에 그리스도인 됨을 알리는 가장 핵심적 실천 중 하나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여 다른 피조물을 살려내는 일 아닐까. 피조물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살림’으로 그분의 길을 따라가는 그런 실천 말이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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