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교회이야기 ➋ 동일로교회

“책 제목이 ‘아름다운 동행’이면 딱 좋겠어요.”
“좋습니다. 그걸로 합시다.”
동일로교회(김오용 목사) 30년 이야기를 엮은 책은 그렇게 쉽게 제목을 정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목회자와 성도들이 그러했고, 성도들과 성도들이 그러했으며, 이웃과 교회가 그러했고, 하나님과 교회가 그러했다.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그래서 30년의 이야기는 온통 ‘감사’였다.

먼저, 김오용 목사의 동행
“저는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선교사들과 농어촌 교회에 빚진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립예배를 드리고 나서 첫 주일헌금을 모두 선교헌금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일헌금은 농어촌 교회를 위해서, 셋째 주일헌금은 교회의 운영비로, 넷째 주일헌금은 교역자들의 사례비로 사용했습니다. 재정을 쓰는 데 있어서 이 전통은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함없는 우리 교회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권사님의 동행이다
“저는 늘그막에 상계동에 와서 이 교회 저 교회 찾아다니다가 우리 교회에 왔습니다. 무엇보다 목사님이 부모님 대하듯 우리들을 섬깁니다. 당신이 부모님께 극진히 효도하시는 분이시니…. 홀로 고향 집에 계신 어머니를 멀리서도 얼마나 극진히 섬기는지, 행여 대구나 부산으로 가는 길이면 목사님은 언제나 김천을 들러서 갑니다. 어머님이 섬기는 교회에 가셔서 인사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옷도 사드리는 걸 우리 교회 교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아마도 어머니를 섬기는 마음으로 소망부의 어르신들을 섬긴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제 장례식을 우리 목사님이 집례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제 장례식에서 목사님이 저를 추억해주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이제 제자가 된 어느 집사의 동행 이야기도 좋다
“우연히 오게 된 동일로교회에서 결국 제자훈련학교를 이수했습니다. 하나님은 개인적 성향이 강한 저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전도라는 미련한 방법으로써 당신의 구원계획을 성취해 가시는 하나님을 배웠습니다. 깨달음은 실천으로 반응하게 되었고, 어느새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제 마음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전도를 하면서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이런 만남이 가져다준 은총은 더욱 커서 저를 겸손하게 만들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셨습니다. 비로소 누군가를 품을 줄 알게 해주시고,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셨습니다. ‘사랑의 눈’이란 게 곧 ‘신앙의 눈’인 셈이었습니다. 그 동안은 누군가에게 싸늘하게 대하면서도 ‘이건 내 스타일이야’ 하고 말하면 그뿐이었으나 신앙의 눈은 그런 ‘스타일’조차 걷어내게 해주었습니다.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훈련을 받은 셈이었습니다. 비로소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길로 걸어가려는 ‘제자’의 얼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한 청년의 동행
그는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평범해. 아니 부족하고 별 것 없어. 뛰어난 이력도 스펙도 내겐 없으니까.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난 주눅 들 수밖에…. 하나님께도 마찬가지이겠지. 쓸모없는 사람일 거야. 부족하기 짝이 없으니까….’ 누구에게나 있는 고민들.
“청년의 시간으로 접어들면서 제게 무엇보다 힘겨운 짐은 제 자신을 바라보는 이런 부정적인 시선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니 세상의 눈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보겠지요. 그런데 동일로 청년부에서 저는 이런 시선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주님이 말씀하셨거든요.
‘나는 네가 필요해. 너의 헌신, 너의 순종, 그 어느 것 하나도 나에게 무의미한 것은 없어.’
믿지 않는 친구를 초청해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는 행사를 하면서 그 일에 땀 흘리는 저에게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주님의 일에 아주 작은 저를 써주실 때의 기쁨이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김오용 목사의 동행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는 단 한 번도 상계동에 온 것이나 교회를 개척한 데 대해 후회하거나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시내의 꽤 큰 교회에서 저를 청빙하려고 당회원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저는 정중하게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일로교회가 이렇게 좋은데 제가 어디에 갈 수 있겠습니까?’”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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