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면 바로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어가기 바빴는데, 얼마 전에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나오는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다 보고 앉아 있었어요. 배우도, 장소 이동도 그리 많지 않은 영화였는데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참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있었네요.
영화의 여운이 있기도 했지만, 실은 딸아이가 동아리에서 짧은 영상을 만들곤 했는데, 스마트폰으로 보는 그 드라마 뒤 올라가는 작은 이름들 중 딸 이름 세 글자가 어찌나 반갑던 지요. 작은 체구에 조명이나 카메라를 들기도 하고, 때론 머리를 싸매며 시나리오도 쓰고, 때론 영상 편집을 위해 며칠씩 잠을 줄여가며 수고한 걸 알기에 그 이름 한 번 나오는 것에 마음이 짠하더군요. 전엔 눈에도 안 들어오던 이름들이었는데, 그 이후론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소중하게 읽게 되네요.

오늘이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 평범한 오늘을 위해 보이지 않는 예수님의 수고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게 되었어요. 내게 천사를 보내셔서 사고와 질병과 위험 가운데서 지키시고 먹을 것과 쓸 것을 공급하셨기에 내가 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가 나의 허물과 죄를 가리지 않으셨다면 난 오늘 부끄러워 보이지 않는 무대 뒤 어딘가로 숨어버렸을지도 몰라요. 눈에 보이는 내 삶 뒤엔 보이지 않으나 예수님이 주무시지도 않고 일하고 계시다는 걸 알아요.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 끝나는 날, 내 삶을 쓰시고 인도하신 주님의 수고를 다 볼 수 있는 그 날, “아, 예수님이 날 위해 이런 걸 하셨구나!”하며 긴 시간 그 앞에 앉아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쓰여 있지 않을까요?

종혜를 만드신 분: 예수님
그 인생을 계획하신 분: 예수님
어두운 무대 위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던 종혜에게 밝은 빛을 비추셔서 인도하신 분: 예수님
인생에 갈등과 어려움도 있었으나 천국의 해피 엔딩을 주신 분: 예수님


무엇보다, 지금은 일하시는 손길로만 느낄 수 있는 예수님 얼굴을 그 날엔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 있어요. 예수 믿으세요. 오늘이 소중해지고, 오늘을 감사하게 된답니다. 예수님의 일하심으로 오늘을 살고 있어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