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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옷을 입자!
특집-소통한다는 것
[225호] 2018년 10월 01일 (월) 이의용 @
   
요즘 ‘카페인’이라는 말이 있다.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약자다. 온 국민이 소통 도구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 필자만 해도 하루 중 이것들과 씨름하는 시간이 적지 않다. 다른 이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온 국민이 ‘카페인’을 이처럼 가까이 모시고 산다면, 우리 사회도 그만큼 소통이 잘돼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니, 더 불통 사회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럴까?
‘카페인’은 소통의 도구에 불과하고, 진짜 소통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수단은 첨단으로 발달했는데, 정작 소통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소통 수단의 성능이 좋아진다 해서 소통의 효과도 좋아지는 건 아니다. 소통 수단이 발전하면서 소통의 부작용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소통은 기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는 동굴 속 같은 혼자의 세계에서 산다. 그러면서 점차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계로 나온다. 넓은 광장의 세계에 나와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들을 ‘다른 사람’이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다거나,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해 고생을 한다. 심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파크(갈등)도 일어난다.
동굴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면 옷을 입어야 한다. 소통의 옷을 입어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존중’의 바지와 ‘자기 공개’의 저고리를 입어야 하다.
광장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은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福)이다. 무인도에 같은 연령, 같은 성격, 같은 얼굴, 같은 습관의 남자 다섯이 표류돼 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건 재앙이다. 그러나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고, 구조 받을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세상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살 만하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새롭고 신기해진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다른 사람의 ‘나와 다름’을 존중할 때 소통이 시작된다.
계곡의 돌을 잘 살펴보자. 대부분 뾰족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하류의 돌을 보면 뾰족한 부분이 무디어진 자갈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돌 자체의 속성이 바뀐 건 아니다. ‘다름’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뾰족하고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다. ‘나의 다름’은 자칫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은 서로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먼저 맞춰보려 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그런 장면을 여러 번 접할 수 있었다. 다른 건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 된다. 나에게 남을 맞추려 하지 말고, 남에게 나를 맞추려 해야 한다. 그것이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 ‘자기 노출’의 두려움을 극복하라!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없다. 자신의 몸이 남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목욕탕에 가는 걸 두려워하고 노출이 심한 수영복을 입는 걸 꺼려하기도 한다. 소통의 옷 저고리는 ‘자기 공개’다. 소통은 그 자체가 자기 노출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순간, 자신은 공개되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눈인사를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자신의 속마음이 노출된다. 광장에 나와 사는 한 소통은 불가피한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노출이 두려워 소통을 꺼린다. 그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자기 노출을 지나치게 꺼리는 사람은 자기 동굴 안에 들어가 산다. 그런가 하면, 자기 노출을 좋아하는 사람은 광장에 나가 자기 노출을 즐기며 산다. 자기 노출이 불가피하고 필요하기는 하지만 강제로 시도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충격을 받으면 평생 동굴로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노출이 가져다주는 유익함을 스스로 깨닫게 도와줘야 한다.
고양이와 개는 언어도 다르고 표현방법도 다르다. 개는 기쁠 때 꼬리를 올리지만, 고양이는 그 반대다. 그래서 만나면 서로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그걸 알게 되면 서로 친해져서 서로 가장 취약한 배 부분을 드러내 보이며 장난을 친다. 소통은 나를 노출하고 공개하면서 시작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도 그런 소통 과정을 보여줬다. 남북은 체육, 문화처럼 공통점이 많은 분야에서 소통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더욱 친밀해졌고, 서로 다른 점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만나면서 평화를 원한다는 속마음도 확인한 것 같다. 그리고 신뢰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밟아나간다면 서로에게 군비축소, 평화라는 공통적인 유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은 자기 노출에서 시작된다. 자기 노출을 하면 상대방은 나를 알게 되고, 나는 상대방을 알게 된다. 그뿐 만이 아니다. 상대방에 비친 나도 알게 된다. 그러니 서로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친밀해지니 소통은 더욱 깊어지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의 공간에 그런 사람이 늘어가니 사는 게 행복해진다. 동굴에서 광장으로 나온 보람을 느낀다.
동굴에서 나와 소통의 옷을 입자. 그리고 광장으로 나가자. ‘존중’의 바지와 ‘자기 공개’의 저고리를 입자!

이의용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잘 가르치는 교수’와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일기’ 등 43종의 저서가 있다. 대학과 교회, 기업 등에서 소통, 교수법, 인생설계, 감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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