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소통한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승리의 표시지만 누군가에게는 욕이 되는 제스처가 있다. 1991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호주 국빈방문 시, 부시 대통령은 리무진을 타고 시드니 거리를 지나며 거리에서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승리의 ‘V’표시를 하였다. 다음 날 호주 신문들은 일제히 ‘호주 국민을 모욕한 대통령’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V’표시를 포착한 사진을 실었다. 그 사진에는 ‘V’를 든 손등이 군중을 향하고 있었는데 영국과 호주 등에서는 ‘V’를 할 때 손등이 상대방에게 보이면 욕이 되는 것이었다. 무심코 범한 실수에 당황한 사건이었다.

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사람들은 언어만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몸짓, 자세, 시선, 표정, 신체 접촉, 신체특성 등 비언어적 요소들을 동반해 소통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매러비언(Albert Mehrabian)은 그의 저서 <Silent Message>에서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언어적 요소가 7%, 청각(음성적 언어)적 요소가 38%, 시각(몸의 언어)적 요소가 55%”라고 하며 비언어적 요소(93%)가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중요한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정신병리학자 쟈겐 루이스도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인간은 언어 이외의 기호를 대략 70만 개나 사용하여 의사소통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다면 소통을 위해서 언어적인 요소와 더불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 하고 싶어 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어 신은경 아나운서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귀로 잘 듣는 것만이 아닌 진지한 눈빛과 적극적인 자세로 온몸으로 반응하며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의 소리’도 들어야 한다. 상대방은 몸으로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표정에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이 아니라 감추고 싶은 것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분노가 일어날 때는 머리를 많이 움직이는 반면 손놀림은 줄어든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머리를 적게 움직이고, 발을 많이 움직인다. 스트레스가 느껴져 마음의 동요가 많을 때는 몸의 움직임이 많아진다. 뭔가 숨기고 싶은 사람은 다리와 발이 가만히 있지 못한다. 걱정이나 불안으로 인해 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입이 열리면 마음이 열린다
우리는 자주 ‘시간 나면 밥 한 번 먹읍시다’라고 인사한다. 이 말은 단순히 배고픔의 생리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말이 아니다. 긴장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간격을 좁혀 보자는 사회적인 의미나 서로의 친밀한 정도를 나타내는 커뮤니케이션 언어인 것이다. 확실히 밥을 함께 먹으면 정서적 안정과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거의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음식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인해 동질성과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와 소통이 필요하다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입이 열리면 마음이 열린다. 그러나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초조해져 사소한 일에도 의견이 충돌하게 될 수 있다. ‘밥 먹고 합시다’는 그냥 단순한 말이 아니라 소통을 위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123 대화법’을 사용해 보라
‘123 대화법’은 1번 말하고, 2번 끄덕이고, 3번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최광선은 그의 책 <말이 전부가 아니다,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에서 최고의 대화법으로 이 대화법을 제안하였다. 소통을 위한 자리에서는 말하는 것을 줄이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여준다거나 맞장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면 상대방은 ‘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줬다’는 느낌을 받게 되므로 의사소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칠 때 그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는 것이 시선을 맞추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메슨(Ralph Waldo Emerson)은 “사람의 눈은 혀만큼이나 많은 말을 한다. 게다가 눈으로 하는 말은 사전 없이도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눈은 신체에서 초점이 가장 많이 모아지는 곳으로 가정 정확하게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부위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시선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 된다. 기본적인 사교적 응시는 상대방의 눈과 입을 연결하는 삼각형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으로 시선을 마주칠 때 약 90%가 이에 해당한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면 소통이 즐거워진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상대방이 몸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반응하면 상대방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으로 공감이 되면 소통은 더욱 잘 될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갈등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대부분 서로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이 말 아닌 온몸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잘 들어보자. 그리고 반응을 하자. 소통이 즐거워지고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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