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에너지전환 위한 생명경제 세미나

사단법인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신익상)는 지난 9월 3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교회 햇빛발전소 설치 이론과 실제’라는 주제로 한국교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생명경제 2차 세미나를 열었다. 앞서 지난 6월에 열린 1차 세미나가 한국교회가 직면한 에너지 전환 요청에 대한 신학적·성서적 배경을 나누는 자리였다면, 이번 2차 세미나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구체적 에너진 전환의 실천방법을 공유한 자리였다.

교회 햇빛발전소 설치현황 및 운영사례
나섬교회 유해근 목사가 ‘나섬의 햇빛발전소와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재한몽골학교에 설치한 나섬 햇빛발전소 이야기를 나눴다.
광진구에 위치한 재한몽골학교는 연건평 900평 규모에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로서 주일에는 나섬교회로, 몽골어학당 및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기에 거의 일 년 내내 모임이 이루어지는 건물로 전력소비가 많은 곳이다.
“한 달 평균 소비전력이 약 1만kw 정도인데 햇빛발전소를 통해 월 6천kw의 생산전력을 얻고 있어 전체 소비전력의 60%를 자가 발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2014년 학교를 신축한 후 곧이어 옥상에 51kw햇빛발전소를 설치, 전기를 생산해 재한몽골 아이들이 제빵 교육을 받고 버섯을 키울 때 쓰는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총 공사비 1억 3천만원이 소요되었으며, 그 중 약 50%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보조를 받은 것. 유 목사는 이 과정의 중요성과 신앙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는 에너지 주권의 의미뿐만 아니라 몽골학교 학생들에 대한 에너지 교육 나아가 학생들을 통해 몽골의 미래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몽골학생들만이 아니라 나섬을 드나드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에게도 햇빛발전소의 의미와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교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어 동대문구의 전농감리교회 박민 목사가 2012년 새 건물을 지을 때 건축 단계부터 10kw/h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것과 중구 서울제일교회 신연식 목사가 교회 내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자세하게 발표했다.
서울제일교회는 2016년에 자매교회인 일본 니시카타마치교회와 합동수양회를 진행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함께 살펴보고 탈핵운동의 필요성을 논의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탈핵실천을 위한 과제를 수행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 햇빛발전소 설치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수양회 참가자를 중심으로 ‘탈핵실천모임’을 결성하고, 전교인을 대상으로 환경전문가를 초청해 수차례 탈핵강좌를 개최하며 차곡차곡 기반을 쌓아나갔다.
이어 2017년에는 경주로 원전탐방을 다녀오고 나서 구체적으로 교회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치 방안을 모색해 당회에 제안했다. 이후 교회 옥상에 20kw/h 용량 햇빛발전소 설치가 결의되고, 비용은 특별헌금 방식이 결정되어 전교우가 전액 3,600만원을 약정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녹색드림협동조합과 설치계약을 맺고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아 올해 1월말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2월 2일 햇빛발전소가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미래세대 위해 창조세계 회복 동참하기를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장동현 연구원은 “한국교회 에너지전환을 위한 생명경제의 중요성이 드러나고 구체적 실천방법을 모색하는 중요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에너지 전환, 더 나아가 주님의 창조세계와 섭리를 회복하는 중요한 사역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교회의 환경 및 생태 비전과 목회, 교단정책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이번 세미나의 의미를 평가했다.
세미나를 시작하며 신익상 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이 던진 화두는 의미심장하다.
“평균기온이 2℃ 이상 오르면 벌어지게 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우리의 자녀를 비롯한 미래 세대에게 주어진다고 생각할 때면 엄습하는 공포감을 지울 수 없다.”
“화석연료와 핵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문제는 그 어떤 정치경제적 고려보다도 우선해야 한다. 교회를 통한 햇빛발전의 확산은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한 제도를 뚫고 새로운 탈-탄소 에너지 공동체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교회가 햇빛발전소 설치로 진지한 실천을 이어간다면 이는 곧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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