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방 안전시스템 세워야 선진국인데

‘하늘이 아이들을 살렸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서울 동작구 소재 ‘00유치원’ 붕괴사고를 두고 나온 탄성이었지요. 9월 6일 사고발생 3시간 전까지 이 유치원에는 117명의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밖에 할 수 없지만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 사고의 배경엔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이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유치원 인근에 다세대주택 6개동의 건축허가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유치원 측은 교육청에 공사중지를 요청하고, 전문가에게 안전진단을 의뢰했습니다. 붕괴 위험이 크다는 경고를 들은 구청은 건설사에 보강을 지시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지요. 8월엔 옹벽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9월 5일에는 유치원과 교육청, 건설사들이 모여 논의했지만 성과는 없었고, 바로 그 다음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약한 지반에 공사하면서 시공업체가 값싼 흙막이 공사를 설치해 발생한 부실공사가 원인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사실 책임이 없는 부서는 하나도 없습니다. 감리업체는 안전 우려 의견을 관할 구청에 한 번도 내지 않았습니다. 감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죠. 관할 구청은 민원을 수차례 접수하고도 현장점검을 외면했답니다. 교육청도 안전진단 예산지원을 거절했고, 구청 등에 공사중단을 요구하지 않았지요. 유치원 측은 피해자라고 하지만, 이런 심각한 상황을 체감하면서도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지 않고 ‘설마’하면서 계속 이용한 책임이 있습니다.
사고를 경고하는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 있습니다.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대형사고 발생 전 그와 관련된 수십 차례의 경미한 경고와 수백 번의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통계적 법칙입니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 또는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시스템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복지권리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야 합니다. 법이 부실하면 보완하고, 인력이 모자라면 보충하고, 예산이 없으면 늘려야 합니다.

김익수
환경일보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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