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넘은 국경의 의미

외국인 한 명 지나다니지 않는 인도와 네팔 국경을 넘어갑니다. 더운 날씨만큼이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뜨겁기만 합니다.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은 어느 교회나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인도 현지인 교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날 파송되는 선교사의 가정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귀한 파송인지 더 알 수 있습니다.

선교사 아버지의 이야기
선교사로 떠나는 ‘싼제이’의 아버지는 네팔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국경을 넘어 인도로 왔습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도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가 없어 생존을 위해 전전긍긍하다 찾아온 곳이 우리 훈련센터였고, 주방 도우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센터에서 일을 하며 복음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성경을 배웠습니다. 사역자 훈련센터이다 보니 거의 매달 교회 개척 훈련이 진행되었는데, 신앙에 입문하면서 차츰 훈련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적인 성장속도는 누구보다 빨랐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자기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인도에 온 줄 알았는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선교사로 보내졌다는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아 기회가 왔습니다. 무슬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새로 개척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가 자원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동안 살아온 여정보다 앞으로 가야 할 여정이 몇 십 배나 어려울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를 해도 아랑곳없이 그는 그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전도한다는 이유로 받았던 박해
과연 처음 사역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자 월세를 얻는 것도 어려웠고, 가까스로 우물 옆 헛간처럼 생긴 작은 방 하나를 월세로 얻어 온 식구가 그곳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위해 그 정도의 불편과 고통은 얼마든지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전도하러 여러 마을에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반기독교 단체 주민들이 몰려왔습니다. 전도하러 가던 그의 길을 막아서고는 인정사정없이 집단으로 폭행했습니다. 그냥 위협만 해서 풀어줄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무리들은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못하던 그를 질질 끌고 숲까지 가서 그곳에 쓰레기처럼 버렸습니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러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가 기적같이 살아났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고통스런 핍박과 방해를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더 받았지만 그는 전도하는 일을 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 교회는 미전도종족 마을을 개척하는 교회였습니다. 가난한 시골 교회라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항상 안고 있었지만 성도들은 주일이면 쌀과 먹다 남은 반찬과 온갖 음식을 들고 왔습니다. 헌금할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첫 선교사, 아들
그렇게 작고 보잘 것 없는 시골교회였지만 몇 년 전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가 되는 꿈을. 인도는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와서 선교를 시작했다고 알려진 선교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 중 하나지만 선교사를 보내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자신들은 여전히 선교를 받아야 하는 나라라고만 생각합니다. 자기들은 가난해서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사역을 할 수 없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사역자는 달랐습니다. ‘오래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지만 선교를 받음과 거의 동시에 선교사를 보내는 나라였다고, 선교사는 어느 정도 때가 되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내는 것’이라고 가르침을 받을 때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이 그랬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꿈을 꾼 것입니다.
그리고 첫 선교사로 보낼 대상자로 아들을 점찍어 두고 그를 훈련했습니다. 성경학교에 보내 정식으로 목회자 훈련도 시켰습니다. 조금이라도 모자랄까봐 개척훈련도 시키고 앞장서서 전도하도록 내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시킨 아들을 아버지는 충혈된 눈으로 배웅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 생존해 보겠다고 넘었던 국경을 아들은 복음을 들고 넘어갑니다. 아버지가 떠난 길을 아들이 되짚어 갑니다. 고향마을 친지들과 친구들이 복음으로 행복해 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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