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자고 싶은 만큼 다 자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그렇게 본성대로 다 하며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건강 때문이든 외모 때문이든 먹는 걸 절제해야 하고, 귀찮고 피곤해도 일터로 나가야 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선 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에 많은 말 하고 싶으나 가려가며 하지요. 그래서 휴가를 기다리나 봐요. 맛있는 걸 먹고, 못 잔 잠을 자고, 주변 관계에서 떠나 날 모르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매력이 있지요.
집에선 편안한 차림으로 있다가도 외출할 땐 화장하고 옷도 갖춰 입듯 우린 관계 속에서도 생긴 그대로가 아닌, 뭔가를 꾸미고 덧입으며 살지요. 내 본성은 생긴 그대로 드러내기엔 착하지 않거든요.
누군가 억지로 오리를 가자면, 싫지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십리도 가겠지만, 억지론 한 걸음도 가고 싶지 않지요. 그런데 살다보면 그래야 할 때가 참 많아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일하며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 말이지요. 그 땐 내 본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사람마다 이래야 저래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누구의 말을 들을지 선택하는 게 필요해요. 사람은 쉽게 말하나 결과를 책임지진 않거든요. 그 일로 인해 삶이 풀리고 살기도 하지만, 꼬이고 망가지기도 하지요. 어쩌면 시험과도 같은 그 과정을 지나면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에 이르러야 쉬고 살 수 있거든요. 예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할 때지요.
억지로 오리를 가자는 사람과는 그만큼도 힘든데, 십리를 가는 건 쉽지 않아요. 오른 뺨을 치는 자에게 왼뺨까지 대는 건 본성으론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럴 땐 예수님께 내 맘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려요. 내가 얼마나 싫은지 화나는지 억울한지 말씀 드리다 보면, “종혜야, 다 안다. 네게 그를 부탁한다” 하시는 것 같아요.
내 본성이 아닌 예수님 뜻대로 하기 위해 기도하다 보면 약하고 불평 많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부탁하시는 예수님 마음을 조금은 읽어요. 내가 억지로 가야 하는 그는 누구도 함께 가기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그도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행위론 구원 받을 수 없던 나도 그렇게 사랑하셔서 구원하셨어요. 날 용납하신 예수님을 덧입고 살아야 살 수 있어요. 예수 믿으세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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