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 몰두한 ‘벌거벗은 임금님’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는 멋진 옷을 많이 갖고도 늘 새로운 옷을 욕심내는 임금이 나온다. 결국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옷을 만들어주겠다는 허풍에 넘어가 벌거벗은 상태로 백성들 앞에서 거리행진을 하게 되고 만다. 수치를 당하게 된 이유는 뭘까. 많은 것을 소유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던 욕심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우리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충분히 소유하고 있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기며, 자신의 ‘결핍’에만 집중하여 만족하지 못하는 삶, 벌거벗은 임금님과 다를 바 없다.
무더위가 끝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그래서 ‘자족’(自足)을 생각한다. 가을의 풍성함 조차도 족한줄 모르고 자기 결핍에만 몰두한다면 ‘나눔’의 삶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문득 예전에 취재했던 밀양의 아름다운공동체가 기억났다. 지역 장애인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그들은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겨울에 최소한의 난방으로 살아가며 얼마를 떼어 장애인들을 돕는데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설마 이번 여름에는 다르겠지’ 하는 마음에 안부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왔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공동체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그동안 몇 대의 에어컨이 들어왔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곳으로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더니 8월의 끝자락, 밀양의 계곡에서 장애인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 간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는 은혜 가운데 잘 지내고 있다며. 여전히 부족하고, 배고파 보이는 도시사람들의 얼굴에서 보지 못한 빛이 사진 속 가득했다. ‘우리는 충분하다’ 고백하는 이들은 나누는 것에 막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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