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친구가 억울하게 선생님께 호되게 매를 맞았습니다.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서, 쉬는 시간 용기를 내서 교무실 문을 열고는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아까는 그 친구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장기를 두고 계시던 선생님은 잠시 얼굴을 돌려 저를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응, 그래. 알았다. 돌아가 봐.”
“네? 네, 알겠습니다.”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까지 쿵쾅 쿵쾅,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저는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 앞에 그만 힘이 주르륵 빠져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느낀 회의감과 무안함과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진심으로 말하면 언젠가 그 진심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진심은 곡해되거나 무시되어집니다. 많은 이들이 꼬인 문제와 갈등을 풀어내려고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내지만 생각만큼 문제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관점과 경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심을 담아 용기 내어 말하는 목적이 문제 해결에만 있다면, 변하지 않는 상대의 냉담한 반응 앞에서 ‘무기력과 무력함’으로 절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의 의미가 용기 내는 자체, 순종하는 자체에 담겨 있다면,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시간인 줄 알았는데,
혼자 울고, 혼자 아파했던 시간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때도 주님이 함께 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내가 그 진심을 안다. 그 수고를 안다.’
부끄러운 순간, 아프고 지친 시간에도 용기 내는 모습,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에도….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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