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버려도 돼?”
엄마는 뭐 그렇게 버리는 걸 좋아하냐고 그냥 좀 두라고 애들이 그래요. 방만 보면 이거 버려도 되냐고 묻는 일이 많거든요. 새 물건을 사면 둘 곳을 찾다 정리를 하게 되고, 그래서 저희 방엔 쓸모없는 물건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쌓아 두질 않거든요. 안 쓰는 물건 중에서 깨끗한 건 누구에게 주고 낡은 건 버리는 데 주저하질 않지요. 뭘 찾다 안보이면 또 제가 버린 줄 알아요. 전과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버리기 좋아하는 제게도 잘 버리지 못하는 게 있었어요. 내 허물에 대한 기억과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 같은 것이지요. 기억 정리함 속에 그런 게 들어 있으면 새로운 걸 가져와도 넣어둘 곳이 없어요.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다가도 곰곰이 생각하면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한 동안 잊고 있어 다 버린 것 같다가도 비슷한 일만 생기면 장마철 흙탕물처럼 자꾸 떠올라요. 버려야 할 생각들을 버리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것도 맘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언가에 도전하고 전진하며 달려가기는커녕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곤 하지요.
기억이란 게, 생각이란 게, 더욱이 감정이란 게 맘대로 되질 않거든요.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한다 한들 되질 않아요. 그건 예수님만 하실 수 있어요.
예수님 앞에 내 죄와 허물을 자백하면 그가 용서하시고, 다시 그 가운데 빠지지 않도록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지요. 예수님은 내가 고백한 죄와 허물을 다시는 기억지도 않으신다 하셨어요. 죄 사함의 권세가 있는 예수님이 버리신 그 일을, 내가 다시 주워와 담고 살 필요가 없지요. 참 안되는 게 감정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서운하고 상처 받은 기억을 버리기가 말이지요.
그러나 그런 내 감정까지 예수님이 주장해주시길 기도로 부탁하면 그 기적 같은 일을 이루시는 경험을 해요. 싫어하던 사람이 긍휼히 여겨지고, 미운 마음을 돌이키는 일이 말이지요. 낡고 쓸모없는 것을 버려야 새 것을 채울 수 있듯, 날 소모하는 생각과 감정을 버려야 다시 걷고 달려갈 수 있어요. 예수 믿으세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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