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노을공원시민모임, ‘100개 숲 만들기’ 이야기

쓰레기장에 숲을 조성해 시민들의 쉼터로 만들어 가는 모임인 ‘노을공원시민모임(이하 노공시모)’에는 “옛 난지도 땅의 생태적 생명을 되찾아주고 평화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쓰레기 대신 맑은 자연을, 아픔 대신 생명의 지혜와 평화를 전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공식 설명이 붙어 있다.
그들만의 숲만들기 정신을 담은 책 <평화의 산책> (2018, 목수책방)을 저술한 노공시모 운영위원이자 ‘평화의 씨앗’ 프로젝트를 맡은 김성란 박사를 만나 숲 만들기 활동이 어떻게 생명의 조화와 평화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지를 들어보았다.

● 어떻게 ‘100개 숲 만들기’에 함께 하게 되셨나요?
일본에서 공부하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재해가 일어났고, 그 때 인터넷상 정보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봉사를 하게 된 게 시작이죠. 그때 재해로 원전 주변 방재림은 다 뽑혔는데 자연림은 해일에도 뽑히지 않고 살아남은 걸 봤어요. 이 때 숲과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 후 노공시모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언제부터 준비되고 있었던 건가요?
쓰레기 매립지에 숲만들기 일은 2011년에 공식적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온 일입니다. 2002년, 쓰레기 매립지에 월드컵 경기장과 골프장이 생겼고, 그때 흉한 부분을 가리려고 임시방편으로 흙을 50센티만 덮어두고 나무를 심어 주변을 일단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사실 외국에서는 쓰레기를 매립하면 50년 정도 폐쇄시켜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시간을 준다고 해요. 인간이 건들지 않으면 자연은 살아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이곳이 서울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개발 의지가 강해서 폐쇄는 못하고 일단 푸르게 하자고 해서 임시적으로 공원이 만들어진 거예요.

그냥 쓰레기 위에 비닐을 덮어 가스만 눌러서 막아버렸어요. 흙을 50센티 정도 덮어둔 땅 위에 나무를 심는다는 건 사실 그냥 꽂아놓는 거죠. 골프장에는 인조잔디를 깔고 공원에 제주의 억새를 심는 등 반환경적인 일들이 많이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2002년 이후부터 44개 시민단체들이 연합해서 여기를 이런 식으로 개발하지 말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특히 전문가들이 골프장을 보니 쓰레기 위에도 싹이 나고 곤충들이 돌아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여기를 그냥 두면 자연스레 살아나게 되는 거고 이게 인간에게도 좋은 것이니, 적어도 더 이상 망치지는 말자는 의견이 나오게 된 거죠.

개발이 이루어지고 10년 동안 시민단체가 여기를 생태공원으로 바꾸자는 운동을 했고, 2008년에야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공원이 됐죠. 일단 골프장은 폐장했고요. 그러다 보니 난지도에 다섯 개 공원이 조성됐는데, 다시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때 연합단체들이 노을공원이라도 생태적 공간으로 지켜가자고 만든 게 노을공원시민모임이죠.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중점적으로 숲만들기를 하고 있고, 현재 숲만들기를 하는 지역은 전체 월드컵공원입니다.

● 단순히 나무를 심는 모임인 줄 알았는데, 모임의 활동이 다양하고 방대해 보여요.
나무는 씨앗부터 커 가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큰 나무는 많이 보지만 그 나무의 씨앗이나 어린 나무는 볼 수 없는 환경에 있어요. 가로수 같은 경우 어디선가 가져온 나무거든요. 그래서 100개숲만들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씨앗부터 키우는 거예요. 큰 나무를 사다가 심지 않고 그곳에 필요한 나무의 종류들을 전부 씨앗부터 키워서 함께 크는 거죠.

● 처음부터 이 활동들을 한꺼번에 시작한 게 아니라 100개 숲 만들기를 하다 보니 활동들이 유기적으로 파생된 거군요.
그렇죠. 일단 쓰레기 매립지를 자연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어린 나무를 키워야 하고 또 다양한 나무를 심어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씨앗부터 키우기가 필요한 거예요. 한 가지 나무만 심으면 사람에게는 편하지만 자연에게는 아니거든요. 자연이 회복되는 단계마다 필요한 나무가 다 달라요. 노을공원은 비록 그 이름이 공원이지만 지향점은 ‘숲’이거든요.

● 공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숲을 지향하신다고요.
서울에는 공원이 많지만 숲은 별로 없어요.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이 만만치 않고 사람들이 그걸 기다려야 하거든요. 숲을 지향하려면 정말 정성과 기다림이 같이 가야만 해요. 그런데 노을공원은 우리의 과오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 안에 숲을 지향하는 활동을 기다려주는 마음이 있어 가능해요.

● 노공시모는 환경단체가 아니라 시민모임이잖아요.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같은 나무를 심어도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 같은 씨앗을 키워도 어떻게 키워야 할까를 고민하죠. 우리가 숲을 만들 때 간단하게 하려고 하면 그냥 나무를 사오면 돼요. 그런데 굳이 어렵게 씨앗부터 키우는 건 숲을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실천하는 것으로서의 숲만들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란 고민을 놓지 않아요. 2011년부터 이어온 이런 활동으로 2015년에 유네스코ESD인증을 받았어요.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에 기여하는 활동이라는 인증입니다.

김 박사는 “숲만들기는 결국 ‘정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정성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는 정성 자체가 삶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길이 그들에게 기쁨이라는 것. 존재를 존중한다는 건 정성이 삶에 배어들어야만 한다는 것이고 이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100개숲만들기 참여 방법>
1. 봉사활동모집 및 후원 문의 게시판
_cafe.daum.net/nanjinoeul/qkor/2에 봉사활동 신청.
2. 지속적 활동을 원하면 nogosimo1@gmail.com 또는 010-9104-5537(강덕희 활동가)에게 문의.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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