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유머 만들기 기술…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말로 승화시켜야
어머니는 잠에서 깨신 후 가끔 시간대를 착각하셨다. 일찍 잠 드셨다가 늦은밤 시간 일어나시면 교회를 가자고도 하셨다. 자신이 느끼는 시간이 그 시간이다. 그래서 잘 설명해 드리고 다시 잠을 청하시게 했다.
치매라는 지우개가 침투된 모든 분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새벽에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했다. 이 땅에 치매로 고생하는 모든 분들과 그 가족들을 지켜달라고.
시간 가는 것을 착각하게 하고 가족을 잊게 하는 몹쓸 병. 그 어르신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려야 후회가 없다.
웃음은 명약
언젠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죽을 아침 식사로 드리고 싶어 새벽녘에 집을 나섰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죽집이 문을 열었을 리 없었다. 할 수 없이 24시간 마트에서 인스턴트 죽을 샀다. 맛있다며 하시는 말씀이 “저녁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유머(?)를 하셨다
“얼마야?”
“3천만 원이요.”
“그렇게 비싸?”
“죽이 비싼 것은 정성이 들어가서 그래요.”
“그래? 정성은 얼마야?”
또 한바탕 웃었다. 어머니도 웃으셨다. 웃음은 명약이니까. 내가 만든 유머가 어머니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치매 어머니 위한 7가지 유머 만들기 기술>
1. 애교 있는 간지럼 태우기 - 하지 말라 하시면서 좋아하신다.
2. 개그 프로그램 보며 같이 웃기 - 우리 어머니는 개그맨들의 동작 때문에 웃으신다.
3. 부모님이 옛날 이야기할 때 같이 오버(?)해서 웃기 - 자식의 웃음은 기쁨이다.
4. 재롱부리는 손주들 통해 웃게 하기 - 모성애는 세대를 넘는다.
5. 노인들의 실수도 유머로 승화시키기 - 긴장감은 건강에 좋지 못하다.
6. 유머러스한 행동하기 - 가족 중 한 명이 부모님을 위한 코미디언이 된다.
7. 깜짝 쇼하기 - 평소 노인들이 잘 웃는 상황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상황 파악
어머니와 가족들은 개그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실 뿐 별로 크게 웃지 않으시다가 특별한 코너에서 웃음을 터트리셨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래? 호호호!”
“어머니 즐겁게 해드리려고 그렇게 하는 거예요”
“나 때문에?”
“네.”
“재미있네. 저 사람, 자기 머리 왜 때려?”
어머니가 TV속 상황을 파악하고 계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모든 것이 협력해 선을 이룬다’는 말씀처럼 이런저런 일들이 합쳐져 종국에는 좋은 일만 남을 것을 기대했다.
치매 노인을 둔 가족들이 노인들의 유머 아닌 유머를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말로 승화시켜 이해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노인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유머는 스트레스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다.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해 하면 좋다. 어려운 사운데서도 치매 노인들과 가족들에게 웃을 수 있는 상황들이 많기를 소원한다.
나관호
‘좋은생각언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조지뮬러영성연구소’ 대표소장이며, 목사, 문화평론가,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추천 우수도서 <청바지를 입은 예수 뉴욕에서 만나다>,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등이 있다.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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