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애인 운동경기인 ‘보치아’에 희철이가 경기도 대표로 출전했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천둥번개가 치던 날이었습니다. 희철이는 천둥번개 치는 날에 약합니다. 이 아이가 열경련으로 뇌성마비를 얻게 된 날이 바로 번개와 천둥이 치던 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면 바깥출입조차 하지 못합니다.
경기를 치르던 경기장의 천장이 투명하여 번개 빛이 번쩍번쩍할 때마다 희철이는 새파랗게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어 결국 기권을 해 아쉽게도 단체전 동메달 하나를 땄다고 합니다.

감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 어린 시절의 경험은 우리 인생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유라굴로 같은 광풍까지는 아니어도, 어린 시절 경험한 날씨 하나 극복하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연약합니다. 하지만 절망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주님의 말 한 마디, 약속 한 마디가 우리 인생을 다잡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광풍에 우리가 탄 배가 이리저리 내몰려도 “안심하라!” “두려워하지 말라!”(사도행전 27:22, 24) 주님이 말씀하시면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희철이의 손을 맞잡고 기도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 앞에 바울은 말합니다.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사도행전 27:25)
이 믿음이 우리에게 부어지기를 기도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는데 희철이는 동메달로 받은 상금을 반으로 떼어서 온유와 소명이에게 용돈이라고 내놓았습니다. 생애 마지막 상금이라면 이렇게 하지 못하겠지만 그에게 지난 경기는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이겨낼 거예요.”
파킨슨병으로 예전보다 더욱 몸이 흔들리고 뒤틀렸지만, 오늘 또 살 힘을 기도합니다.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사랑이 오늘, 우리를 살게 할 것이라고 하나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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