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소나무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자랑해도 될 만한 나무숲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세쿼이아(Sequoia) 국립공원에는 가장 부피가 큰 나무가 있고, 레드우드(Redwood) 국립공원에는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브리슬콘 소나무숲(Bristle cone pine)은 가장 오랜 소나무가 있다는 게 자랑이라고 합니다.
애리조나대학교의 에드먼트 슐만(Edmond Schulman) 박사는 1939년부터 1955년까지 이곳에 사는 나무들의 나이를 연구했는데,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는 브리슬콘 소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이 약 4800년 이상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슐만 박사는 이곳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에게 ‘므두셀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므두셀라 나무의 서식 환경은 우리가 예상하는대로 좋은 환경이 아니라 혹한의 날씨와 사나운 바람, 적은 강수량 등 어찌보면 최악의 환경이라고 합니다.
좋은 환경이 오래 살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열악한 환경이 강하게 만들고 그렇게 오래 살게 한 것입니다.

넘어지면서 배운다
저희 집의 두 여자, 아내와 딸은 자전거를 못 탑니다. 겁이 많은 사람들이라 도전을 주저주저합니다. 그렇지만 사이클 타는 사람들을 보고는 부러워 죽습니다. 최근에는 “언젠가 자전거를 꼭 타고 말거야” 결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건강미와 좋은 취미생활에 매료된 듯합니다. 어느 날 자전거를 어떻게 탈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데, 딱히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자전거타기를 어떻게 배웠지?’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던 큰 짐자전거를 끌고 나갔다가 도로에서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길가 도랑에 빠져서 온 몸이 시궁창 냄새로 코를 찌르고, 비탈길이 겁이 나서 브레이크 잡는 것도 잊어버린 채 스스로 넘어진 일 등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돌아보니 자전거를 배운 추억 속에 넘어졌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결국 자전거를 잘 타려면 넘어져봐야 하는구나. 틀림없습니다. 넘어진 만큼 빨리 배웁니다.

살아가면서 어찌 자전거뿐이겠습니까? 운동선수도 넘어지고, 좌절하고, 경기장에서 눈물 콧물 다 흘리고 나서야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습니다. 어떤 종목도 쉽게 이기는 게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승리하는 게임도 없습니다. 때로는 모진 고통을 당하고, 뼈아픈 소리도 들어가면서 넘어졌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누구라도 겨루어 이길 수 있는 강인한 운동선수가 됩니다.

고난의 경험이 알게 한다
누구라도 고난과 어려움, 열악한 환경조건을 좋아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난의 경험이 평안과 자유의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성경을 보면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시편 119장 71절)는 말씀이 있습니다. 고통과 고난이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고통은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고통 속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습니다. 사람은 너무 잘 되기만 하면 하나님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만하기 그지없어집니다. 그런데 고통을 당하게 되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배우고 부족함을 깨닫게 됩니다. 고통이 있기에 그나마 조심하면서 사는 것이지, 모든 것이 생각하는 대로 척척 된다면 사람은 누구나 기고만장하다가 결국 망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영성 깊은 성도는 고난 가운데도 감사의 제목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도, 우리나라도 어려운 때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때 나무 한그루도 그냥 서 있는 게 아니고 거친 환경 속에서 버티고 극복해 가며 생존해 내고 있는 것처럼 환경을 헤쳐 나가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한층 성숙을 이룰 것이요, 강하고 견고하게 될 것입니다.
환경은 내게 주어지기도 하지만, 주와 함께 내가 또한 만들어 갈 수도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권오륜
발음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역임, 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와 현 세계선린회 이사 및 아름다운동행 이사를 맡고 있다. 지역을 섬기는 따뜻한 가족공동체를 지향하는 목회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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