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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우리에게 주는 그 여러 가지 선물
특집-숲을 만나다
[222호] 2018년 06월 01일 (금) 박혜은 @
   
숲이 가르쳐준 지혜
일본 3~40대 여성의 정신적 지주인 마스다 미리는 다수의 만화와 수필을 책으로 낸 만화가다. 한국에서도 많은 작품이 사랑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주말엔 숲으로>는 숲에서 끌어올린 통찰이 돋보이는 만화로 그녀의 대표작이라 부를 만 하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30대 여성 하야카와는 문득 시골에 살고 싶어, 필요한 물건만 그것도 밖에서 주워온 것들로 채운 시골집에서 틈틈이 번역가로 일하며 지내고 있다. 주말에는 시골로 놀러온 도시친구와 함께 숲을 산책하는 단순한 일상을 보내며.
하야카와가 친구와 함께 걷는 숲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마른 나무 새싹, 누가 보지 않아도 싱그럽게 피는 물파초, 부드러워서 잘 부러지지 않고 추위에 강한 너도밤나무가 그들을 반겨준다. 그녀는 그런 새싹 하나, 풀포기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를 읽어내며 아무렇지 않게 숲이 가르쳐준 지혜를 친구들에게도 건넨다. 친구들은 스치듯 건네 들은 숲의 지혜를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도시에서 사람에 치일 때, 반복되는 업무에 지칠 때 그 말들을 떠올리곤 한다. 자연이 가르쳐준 비기(秘技)같은 삶의 이치가 도시 속에서 삶의 태도를 다잡는 데 힘이 되는 것이다.
하야카와와 그 친구들은 숲이 우리에게 주는 보이지 않는 선물이 얼마나 힘 있고 단단한 것인지, 또한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우리에게 어떻게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해주는지를 찬찬히 보여준다. 그들을 따라 무너진 도시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숲의 지혜를 따라가는 일은 사뭇 감동적이다. 숲이 지닌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찰나의 영원함 맛보게 해주는 숲
숲에 들어가 단순한 삶을 꾸렸던 대표적 인물 하면 우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혹은 니어링 부부가 바로 떠오른다. 여기에 ‘우리 시대의 소로’로 평가받는 베른트 하인리히를 추가할 수 있겠다. 하인리히는 세계적 생물학자로, 소로처럼 어느 날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미국 동북부 메인 주의 숲에 들어가 홀로 사는 실험을 실행했다. 메인 주의 숲은 소로와 니어링 부부 또한 사랑한 지역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로 유명하다. 거기서 그는 직접 통나무 오두막을 짓고, 전기도 수도도 없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밤이면 코요테 울음소리를 듣고 달리기를 하다가 사슴과 마주치는가 하면 집안에 침입한 생쥐들과 전투를 벌이며 매일 신비한 자연이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멋진 날들을 경험한다.
오로지 숲과만 대면하던 하인리히는 “꾸무럭거리거나 슬픔에 잠겨 있을 여유 없이 온 세상이 바쁘게 움직이는 숲”에서 영원한 현재를 느낀다.
“6월 초 호랑나비들이 솟구치듯이 펄럭거리며 나오더니 이제는 풀이 우거진 숲 속 공터 위를 따뜻한 바람을 타고 잘 날아다닌다. 붉은눈비레오는 사탕단풍나무 수풀의 짙은 녹음 아래에서 노곤한 듯 지저귀고 있다. 주변 생명체들의 이런 무심한 듯한 모습 이면에는 숨 쉴 틈 없이 바쁜 움직임이 있다. …금방 다가올 겨울을 맞기 전에 …‘찰나의 영원함’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분 단위로 바쁜 경쟁의 삶을 사는 도시인에게 시간의 새로운 차원을 선물하는 건 숲의 또 다른 신비일 터.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일하는 여름의 곤충들을 보면서는 “우리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또한 의미도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해서 무작정 하고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을까?” 묻기도 한다. 그저 반복적으로 일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체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추어보는 것 또한 숲이 주는 또 다른 깨달음의 선물이다.

숲이 우리 마음과 몸에 다가올 때
숲은 삶의 태도를 가르쳐주거나 깊은 차원의 깨달음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에 실제적 치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숲이 인간의 우울증상 및 심리에 긍정적 효과를 끼친다는 다수의 연구가 있는데, 특히 우울상태에 있는 사람이 숲에서 2박 3일간의 산림경험을 했을 때 우울수준이 감소하였다거나 숲에서의 심리치료로 우울증이 개선되었다는 연구는 대표적이다. 알코올 의존자와 그 가족이 산림치유 프로그램 후 불안감 감소와 자아존중감 증가를 맛보았다는 연구는 숲이 중독 증세에 있는 사람과 그 가족에게까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를 넘어 구체적 질병에 어떤 숲이 치유에 효과적인지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기본적으로는 숲 경관 체험만으로도 건강 유지와 증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숲에서 생성되는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를 비롯해 햇빛, 소리, 경관 등의 인자가 세포증식 조절이나 피로회복 촉진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숲과 질병의 관계를 밝힌 연구 중 현대인의 대표적 질병인 고혈압과 당뇨병이 나무숲의 종류에 따라 그 효과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연구는 흥미롭다. 먼저 고혈압. 모든 숲에서 혈압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 산림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편백나무숲, 졸참나무숲에서 더 혈압감소 효과가 있다. 당뇨병 역시 모든 숲에서 혈당 강하효과 빈도가 높았지만 특히 졸참나무숲에서 더 높은 효과가 있다니 숲에 나가기 전 참고할 수 있겠다.
내 몸이 너무 지쳤다고 신호를 보내올 때, 도시 삶에 치여 눈앞의 시간에만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가 숲을 찾아야 할 이유는 이토록 차고 넘친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는 오늘 숲으로 간다

#1. 책과 영화에서 만나는 숲의 향기
먼저 기사에서 소개한 <주말엔 숲으로>를 가볍게 읽어보고,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혹은 소로의 <월든>을 조금 깊게 읽어봐도 좋겠다. 동시대의 숲과 나무 이야기로는 생태 만화가 황경택의 <숲 읽어주는 남자>, 생태 이야기꾼 장세이의 <서울 사는 나무>, <엄마는 숲 해설가>도 좋다. 최근 영화로 농가의 사계와 자연요리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은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를 감상하는 것도 추천.

#2. 서울의 공원과 궁궐의 작은 숲
장세이 작가의 <서울 사는 나무>에는 서울에서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공원과 궁궐이 다채로운 이야기 안에서 소개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몇 곳. 먼저 꼭대기에 크고 고고한 가죽나무가 살고 있는 종로구 이화동 낙산공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아까시나무가 살고 있는 서대문구 연희로 안산도시자연공원-이 공원의 여름날은 아까시나무 꽃향기로 가득 차고 길은 아까시나무 꽃잎으로 뒤덮인다고. 또한 작가가 서울에서 나무를 공부하기에 적당한 숲으로 꼽은 창경궁(“창경궁의 나무는 종류가 다양한 데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고 길가에 심어져 관찰하기 좋다”)과 낭창낭창한 가지로 바람 따라 흔들리며 자연의 말을 건네는 말채나무가 있는 경복궁까지.

#3. 생태 공원
서울 곳곳에는 자연관찰과 체험교육을 누릴 수 있는 생태공원들도 있다. 먼저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이 있다.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버들치와 송사리가 사는 샛강과 갈대와 물억새가 무성하게 자란 산책로가 조성된 공원이다.
또 다른 대표적 생태공원으로 강동구의 길동 자연생태공원을 꼽을 수 있다. 습지지구, 산림지구, 저수보지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텃새, 겨울철새, 여름철새, 황조롱이, 솔부엉이 등이 발견되는 중요한 생태지역이다.
여기에 더해 2016년에 조성된 반딧불이 체험관이 또 유명하다. 정수장 건축구조물을 재활용해 조성한 선유도 생태공원도 있다. 이곳은 물의 공원답게 다양한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수생식물원, 환경 물놀이터, 녹색 기둥의 정원 등이 마련되어 있고, 한강의 역사와 동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강역사관까지 경험할 수 있다.

※ 참고 자료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베른트 하인리히, 더숲.
<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목수책방.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비리, 이봄.
‘생애주기별 숲 이용의 효과에 관한 연구’, 김혜영, 산림휴양학회지, 2017.
‘숲의 종류에 따른 생리적 치유효과 분석’, 정나라 외, 한국조경학회지, 2015.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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