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표지판은 "잘 보이게...간결하게...명확하게...쉽게...기분좋게"만들라

저자와의 만남
<말이 통하는 거리를 산책하고 싶다>의 이의용 교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8년 전부터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것이 1만 컷에 이른다. 현장을 다니며 발품으로 수집한 사진들이다. 이 중 800컷 정도를 이 책에 담았다.”
이의용 교수는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가르친다. 그의 여러 직함들 가운데 눈에 띄는 직함 하나는 ‘말이 통하는 거리 만들기 운동본부 대표’라는 것이다. 전제로 깔아버린 ‘말이 통하지 않는 거리’의 현실을 이 교수는 이 책에서 고발하고 있다. 도로 표지판, 이정표, 펼침막, 안내문, 경고문들이다. 이 교수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 통하지 않는 거리의 얼굴들이 만화보다 우습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저 웃고 말기에는 소통되지 않음으로 겪어야 할 고통이 너무 크다. 신앙생활도 하나님과의 소통 단절이 가장 두렵지 않던가. 게다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통하지 않고 막힌다면 인간관계의 동맥경화가 일어날 게 뻔하다. 그러고 보면 통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은 인간사 대부분의 이치인 듯싶다. 소통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산물인지 모른다. 이런 자세가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공동체의 취약함이 어쩌면 이런 형태로 드러난 것인지 모른다. 이런 세상을 향하여 시간과 땀을 투자해 소통의 문화로 바꾸는 일은 단순히 표지판 하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시설물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다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굳이 공공시설물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교회에 걸린 여러 가지 표시물들을 떠올려보면 금세 낯이 뜨거워질지도 모르겠다.
“첫째, 전하려는 메시지 양이 너무 많다. 교통표지판의 경우 운전자가 그것을 보고 식별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초 정도인데, 문장이 길고 내용도 중복되거나 누락된 것아 많아 운전자가 한 눈에 이해하기가 힘들다. 둘째, 표현이 헷갈린다. 셋째, 표현이 어렵다.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어휘나 한자어,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넷째,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 안내문이나 경고문이 협박조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를 불쾌하게 만든다. 다섯째,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불법 광고물 철거하고, 잘못된 공공 시각물은 바로 잡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또 표준 모델 개발과 지역 내 공공 시각물을 직접 찾아서 실습도 해볼 것을 권유한다.
이 교수는 또 이번 책의 출간을 계기로, 거리와 도로의 엉터리 공공 시각물을 바로잡는 시민운동을 적극 전개해나가기로 했다. ‘말이 통하는 거리 만들기 운동본부’다. 여기서는 공공 시각물을 효과적으로 제작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개설된다.

박명철 기자

말이 통하는 공공 시각물 만들기 20계명

▶ 잘 보이게
① 잘 보이는 곳에 미리 보이게 설치하라
② 잘 보일 수 있는 모양, 크기, 색으로 표현하라
③ 이해하기 쉽게 그림 요소를 활용하라
④ 의미가 끊어지지 않게 단어를 배열하라
▶ 간결하게
⑤ 3초 이내에 이해하게, 20자 이내로 표현하라
⑥ 정보량이 너무 많지 않게, 통합하고 나누고 생략하라
⑦ 수식어를 줄이고, 단문(單文)으로 표현하라
⑧ 꼭 필요한지 검토하라. 아니면 치워라.
⑨ 가장 중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표현하라
▶ 명확하게
⑩ 가장 적절한 어휘를 찾아서 표현하라
⑪ 이용자가 궁금해 하지 않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라
⑫ 이용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명확히 밝혀라
▶ 쉽게
⑬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어휘를 사용하라
⑭ 이용자에게 익숙한 어순으로 표현하라
⑮ 가급적 긍정적인 관점으로 표현하라
16)이용자 입장의 어휘를 사용하라
▶ 기분 좋게
17)아름다운 모습을 갖춰라
18)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줘라
19)친절하게 설득하라
20)재미있게 표현하라
-<말이 통하는 거리를 산책하고 싶다>에서

[이의용은]

쌍용그룹 홍부팀장, KT문화재단 본부장 등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이다. 홈페이지는 www.LeeComm.co.kr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