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속도 늦춰…가족이 ‘사랑의 십자가’ 지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가정에서 15년 넘게 보살피며 필자는 경험으로 ‘치매와 동거하기’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얻었다. 그리고 치매가 고령화 사회의 불청객인 것을 인지하고,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돕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편집자 주>

현재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를 갖고 있다는 통계를 보았다.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포함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20%가 치매환자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곧 결혼을 하게 되어 가정을 이루게 되면, 노인층인 양가부모 중 1명은 치매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치매는 장수병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에서 치매는 피하기가 쉽지 않은 불청객이 되었다. 이 불청객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생활 속에서 치매를 연구했으면 좋겠다. 치매를 인정하고, 달래면서 살면 편하다. 여기 제시한 여러 아이디어들이 누군가에게는 별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들은 실제 생활 속에서 치매와 싸우며, 부딪치며 배우고 찾아낸 ‘어머니 모시기 보석들’이다.

“치매! 빠이빠이”
치매는 뇌가 이상 증상을 보이는 병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뇌 운동’을 시키면 치매가 느려진다. 나는 어머니에게 퍼즐요법, 책 읽기, 연필로 손녀에게 편지쓰기, 생밤 까기, 손빨래하기, 설거지하기, 음악 듣기, 대화, 영화 감상, 옛 추억 찾아내기, 처음 본 사람들과 대화하기, 손잡고, 눈을 보며, 스킨십하기, 행복한 말 따라하게 하기 등등 무엇이든지 어머니의 뇌가 움직일만한 것들을 찾아서 시행했다. 특별히 어머니 가슴에 손을 얹게 한 후, ‘행복한 말 따라하게 하기’는 필수 코스였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건강하다.”
“오늘, 기분 좋다.” “나는 힘이 난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치매는 사라져라. 치매! 빠이빠이.”
이런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말, 생각을 만지는 말이 지우개를 이기는 ‘기억잉크’가 되어, 분명히 어머니의 치매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물론 치매환자 가족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가족들의 ‘사랑의 십자가 지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서.

자체 개발한(?) ‘뇌 운동’ 아이디어
TV를 보다가 치매증상을 진단하는 전문의의 방법을 보았다. 왼손을 펴놓고 오른손으로 주먹, 칼날(손 날 세우기), 보자기(손등이 보이게)를 해보는 것이라 했다.
어머니께 그 행동을 해보시도록 했다. 치매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 가지, 두 가지만 기억하시다가 반복시켰더니 세 가지 모두를 곧잘 하셨다. 속도를 붙여서 빨리 하신 적도 있다. 순서가 바뀌지만 재미있게 하신다. 나도, 식구들도 어머니를 위해 모두 함께 유치원생이 되었다. 이처럼 어머니를 위한 ‘뇌 운동’은 우리 가족, 특히 나의 중요한 일과였다. 그 후 나의 창작품인 가칭 ‘치매노인을 위한 뇌 운동 아이디어 15가지’를 개발했다. 어머니에게 그대로 실천했다.

<치매노인을 위한 ‘뇌 운동’ 아이디어>

· 두뇌 활동 활성화시키기 - 드라마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린다.
· 인내심 기르기 - 퍼즐을 중도에 포기하면 끝까지 하시도록 만든다.
· 새로운 기억 만들기 - 실수한 부분은 반복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해 드린다.
· 듣고 답하기 - (시집 간 딸과) 전화 통화를 자주 하게 한다.
· 주는 마음 만들기 - 애정을 줄 수 있는 상대(손주)와 자주 접하게 한다.
· 좋은 말 만들기 - 음식을 먹을 때 “맛있다”는 감정을 표현하게 한다.
· 감사 마음 만들기 - 식사 후 (가족 모두 함께) “감사합니다”를 하게 한다.
· 시간 개념 만들기 - 날짜와 요일, 시간을 수시로 말하게 하고 따라 한다.
· 의사 표현하게 하기 - 드시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자주 묻는다.
· 기분 전환하게 하기 - 잘 기억하는 일, 실수가 없을 때 넘치는 칭찬을 한다.
· 사랑 마음 만들기 - (손톱, 발톱을 깎아드리며) 애정 표현을 한다.
· 청결 마음 만들기 - 목욕을 자주 하도록 권하고 해드린다.
· 독자 행동 방지하기 - 아들(식구들) 말만 들으셔야 한다고 반복 강조한다.
· 음악치료 하기 - 헤드폰을 통해 좋은 음악을 듣게 한다(이어폰보다 헤드폰을).
· 출입 확인하기 - 부모님 방문에 종(풍경)을 달아둔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어머니는 확실히 치매가 느려졌다. 의사도 어머니에게 ‘치매’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웃으며 꺼려했다. 의사의 ‘진단질문’에 날짜 가는 것만 빼고는 비교적 대답을 잘 하셨다. 틀려도 대답을 자신 있게 하셨다. 의사도 놀라워했다. 아마 내가 만든(?) 여러 ‘생활치료법’이 효험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어머니의 증상은 이제 ‘치매’라는 단어보다 ‘기억력 감퇴’ 정도로 상향조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치매노인을 둔 가족들에게 이 작은 방법들을 권한다.

나관호
‘좋은생각언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조지뮬러영성연구소’ 대표소장이며, 목사, 문화평론가,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추천 우수도서 <청바지를 입은 예수 뉴욕에서 만나다>,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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