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족, '받아들이다' / 아마 그건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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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나는 학급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하루는 귀에 붕대를 감고 나타났는데, 야구공에 맞았다고 했다. 혜나를 잘 지켜봐온 선생님은 혜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혜나의 부모가 학대를 한다는 의심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혜나는 자주 길거리에 혼자 앉아 있었으며, 그런 모습 또한 여느 또래 아이들의 일상과는 달랐다.
임시 담임 수진은 아이슬란드로 유학을 떠나기 전 당분간 임시로 교사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수진은 아이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듯 냉랭했으나 한 번, 두 번, 세 번 혜나를 만나고는 알 수 없는 호감을 느꼈다. 혜나는 한 걸음씩 거부할 수 없이 수진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수진은 혜나가 엄마로부터,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사는 남자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 끌렸다. 혜나의 상처는 곧 수진의 상처이기도 했으므로.
그리고 운명의 그날이 왔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혜나를 만나려고 온 날, 혜나는 집 앞의 쓰레기통 옆에 버려진 검은 쓰레기봉지 속에서 얼어가고 있었다. 수진이 급히 쓰레기봉지를 열었을 때 오물을 뒤집어쓰고 온통 헝클어진 채 엉망이 된 혜나의 얼굴이 싸늘한 시체처럼 드러났다. 순간 수진은 모든 감각이 정지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책임만 생겨났다.
‘이 아이를 살려야 한다. 이대로 두면 혜나는 죽을 수도 있다. 이 아이를 안아주어야지. 다시는 혼자 있게 하지 말아야지.’
혜나를 학대하는 이 지옥 같은 세상으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멀리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진은 오직 혜나를 살리는 일이라면 어떤 위험이든 감수하기로 다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혜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생기는 셈이었다. 혜나는 이제 엄마와 함께 한 마리 철새처럼 날개를 폈고, 그 순간 혜나는 이미 바다 건너 저편 ‘엄마의 땅’에 있었다.

2
여기까지가 드라마 <마더>의 발단부이다. 그리고 이후 드라마는 엄마의 본질을 고찰한다. 정리하면 아마 이런 내용일 것이다.
모든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의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는 그 조건이 갖춰진 세상을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도 말했고, 집을 떠나 탕자처럼 사는 누군가는 ‘아버지의 집’이라고도 말했다. 드라마 <마더>는 그 땅의 이름을 ‘엄마의 땅’으로 불렀을 것이다.
혜나에게 그런 엄마의 땅을 만들어주기 위해 어떤 일도 감수한 수진처럼 역사 속에서 산 사람들을 기억한다. 마르틴 루터 킹, 마더 테레사, 페스탈로치, 야누슈코르착, 나이팅게일…. 그리고 이 모든 엄마들의 합집합 같은 분이 ‘예수님’이라고 등치시켜본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까닭도 아마 혜나 같은 인간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수진에게 수진의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수진아, 어떠한 경우에도 너는 내 딸이고 네가 한 일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 할 일은 없을 거야. 누구를 만나든 굽히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당당해라.”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자기 배로 애를 낳아야만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한테 자기를 다 내어줄 때에요. 혜나 엄마는 낳기만 낳았지 엄마가 아니고요, 우리 수진이가 진짜 엄마에요.”

받아들인다는 건 아마도 수진처럼 엄마의 품을 주기로 결심하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 가정을 ‘작은 하나님의 나라’라고 했다면, 그 나라의 경험이란 다름 아닌 엄마의 모든 온기로써 아이를 품는 일이지 싶다.
엄마의 모든 온기를 가진 그곳이 하나님의 나라일 테니까. 그리고 그 온기의 다른 이름이 아마 ‘받아들임’이지 싶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주시는 그분처럼….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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