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기쁨지기는 많은 독서량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권하는 삶을 살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북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 그가 권하는 향기로운 책을 만나보자.

간디, 슈바이처와 동시대의 성인으로 불린 사람
<가가와 도요히코 평전>
로버 실젠 지음/서정민·홍이표 역/신앙과 지성사


“교회를 건강하게 해 주세요! 일본을 구해주세요! 세계에 평화가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1960년 4월 23일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미소를 띠며 이렇게 유언을 남겼다. 전대미문의 대량학살과 세계대전의 회오리 한가운데서 기독교신앙으로 국제적 화합과 평화를 위했던 사람, 개신교 목사로서 사회개혁운동과 교육자로 평생을 살았던 ‘일본의 간디’라 불리는 사람, 가가와 도요히코의 평전이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15살이 되던 1904년, 일본이 러시아함대를 공격하던 때부터 군국주의에 저항하는 행동을 해왔다. 21살의 재능 많은 이 청년은 책과 옷을 챙겨서 화물열차에 몸을 싣고 일본 최대 빈민가 고베로 향했다. 이미 여윈 몸의 몰골인 그는 후키아이 오두막살이 집에서 복음을 문자적으로 믿으며 큰 위험을 무릅쓰고 빈민촌 사람들을 먹이고, 돕고, 가르치고, 설교하며 함께 살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미친 사람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그를 가가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또한 가가와 목사의 자전적 소설 <한 알의 밀알>은 천로역정과 부활을 잇는 20세기 중반 세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 고전이었다. 1940년 일본의 군사주의를 반대한 글로서 제국주의 정권에 체포되었을 때 서구 언론은 ‘일본의 간디가 체포되다’라고 타전했다. 이후 그는 반전사상과 평화적 행동,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 협동조합운동을 일으켰으며, 영향을 받은 이들의 추천으로 1955년에 노벨상 후보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만난 한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 협동조합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품는 시장이 각각 보이지 않은 손과 보이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면 협동조합은 보이지 않는 ‘마음’에 의해 작동하는 구조라는 것. 지금 동아시아에 고조되는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평화의 마중물이 절실할 때 가가와 도요히코의 가르침이 꼭 필요하다 여겨진다.

신앙 지키면서도 일터에서 인정받고 싶다
<일터행전>
방선오 지음/아르카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들어온 직장에 하나님이 나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한 뒤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성실히 36년차 직장인으로 산 저자는 ‘일터 성직자가 되자’고 초대한다. 흔히들 하나님은 준비된 자를 쓰신다고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님이 마음먹으면 사람은 그냥 거기에 쓰임 받도록 만들어 가신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아름다운 가스펠송과 감동적인 찬양 속에 묶여 계시지 않고, 팍팍하고 단조로운 생존 경쟁의 현장, 잠깐의 쉼조차 없는 우리의 일터 속으로 들어오길 원하신다. 고객과 상사의 갑질 사이에서 허덕이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를 찾아오고 싶어 하신다는 것.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직장인들은 예수님과 함께 출근해서 일하는 일터사역자”라고 도전한다. 또한 일터사역자가 갖출 청지기적 역할과 지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켜갈 종합 비타민 같은 방법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일터사역자는 우선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감추지 말고, 등불이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듯 공개하며 살아야 한다. 등불을 말 아래 두지 않고 등경 위에 두는 것이 등불을 사용하는 본래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통해 나타나는 빛, 곧 착한 행실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될 것이다.

김현호
기독교전문서점 기쁨의집 대표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독서운동과 문화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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