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는 다윗을 유혹하기 위해 교묘하게 자신을 노출한 것일까, 아니면 권력에 제압당하고 운명에 순응한 비극의 여인인가?
성경은 여기에 노코멘트이지만, 밧세바를 그린 유명 화가들 대부분은 그녀를 다윗을 유혹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윗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빌미를 제공한 것은 밧세바라는 논리다.

사무엘하 11~12장을 보면 이렇게 요약해 말할 수 있다. 어느 날 저녁 유부녀 밧세바가 목욕하는 광경을 본 다윗왕의 욕정에서 출발한 이 사건은 결국 남편 우리아까지 죽이는 살인이었다고. 다윗 용사들의 주류를 이루는 유다족속 출신들은 다윗을 보호하기 위해 비주류 가나안 족속 헷 사람 우리아를(사무엘하 23:39) 제거하는데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다윗이 지금 재판을 받는다면 ‘위력에 의한 간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일 것.
밧세바가 목욕을 한 이유를 성경은 정결의식이라고 적고 있다(사무엘하 11:4). 율법에는 여인들이 생리하는 것을 부정하게 여겨 생리가 끝난 7일 후 몸을 씻는 정결의식을 행하게 했다(레위기 15:13, 19, 28).
밧세바는 성경의 기록상으로는 다윗과 한 번의 관계로 임신한다. 임신 확률이 가장 높은 기간은 배란이 있는 날의 앞뒤 2일간인데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14일째가 배란일이다. 만약 밧세바가 7일간 생리 후, 율법대로 생리가 끝난 7일후 정결의식을 했다면, 정확하게 배란시기와 일치하게 된다. 성경을 과학과 의학으로 모두 증명할 순 없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놀라운 진리를 발견할 때마다 우리는 성경이 진리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성경 어디에도 밧세바가 유혹한 여인이었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이 간음사건에 다윗이 악했다는 말은 있다(사무엘하 11:27). 밧세바는 우리아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고 목 놓아 운다(사무엘하 11:26).
마태복음 1장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4명의 여인이 나오는데 다말, 라합, 룻과는 달리 밧세바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우리아의 아내로 소개된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마 1:6)

마태복음 저자는 이 한 구절로 오늘날까지 뭇 남성들에게 소리 없는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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