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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221호] 2018년 05월 01일 (화) 한기채 @
느헤미야 9장은 레위인들의 공동기도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면서 현재의 어려움의 이유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들은 성경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처신할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큰 이야기, 그리고 퍼즐 맞추기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난 뒤에 들어가면 알 수가 없듯이, 우리 인생도 전후 맥락을 몰라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알기 위해서라도 앞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역사(공동체의 이야기)를 공부해야 하며, 자신보다 큰 이야기를 알아야 합니다. 인류에게 주어진 큰 이야기가 ‘성경’입니다. 우리 각자의 ‘현재 위치’는 전체 지도 내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퍼즐 맞추기를 할 때, 전체를 조망하고 나서 부분을 보면 한 조각 한 조각이 다 들어맞게 됩니다. 이 세상은 조각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것이 거대한 의미의 한 부분이 되지 못할 때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그것을 해석할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아키타입과 프로타입
심리학자 칼 융은, 이야기의 ‘원형’을 아키타입(archetype)이라고 하고, 그것을 적용하여 ‘변형된 이야기’를 프로타입(protype)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프로타입)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성경(아키타입)을 잘 알아야 합니다.
성경에는 모든 이야기의 원형이 들어 있습니다. 구약에는 창조와 출애굽의 이야기, 신약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구원의 이야기’는 성경에 수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가 만날 때 우리 삶이 제대로 이해되고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평소에 성경의 말씀을 자주 읽고 들어야 합니다. 과거에 하나님이 해 오신 일, 현재와 관련된 일,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로 들려주어야 합니다. 성경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속에 개입함으로 내 인생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것이 계시이며 영감입니다.

이야기의 힘
나의 이야기는 하나님과 함께 쓰는 공동저작입니다. 미래 사회는 꿈과 감성의 사회가 되며, 기업에서 하나의 물건을 팔아도 꿈과 이야기와 감성을 팔아야 합니다. 스펙보다 스토리가 중시되며 사람들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story)’를 삽니다. 따라서 유능한 지도자는 이야기꾼으로서 비전, 목적, 고난, 가치, 변화, 감동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려주어야 합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머리와 가슴 모두에 와 닿게 하고 행동으로 연결되게 합니다. 트루스(truth, ‘진리’)라는 여인이 문전박대를 받다가 스토리(story)의 옷을 입은 뒤에는 환대를 받았다는 유대인의 오래된 일화, 그리고 정주영 회장이 울산 현대조선소를 건설한 이야기와 소 일천 마리를 이끌고 육로로 방북한 이야기는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은총 · 회개 · 용서
느헤미야 9장에서는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와 이스라엘의 반역의 역사를 반복해서 이야기(telling and retelling)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행하신 은혜로운 일들 - 우주의 창조, 아브람의 선택, 출애굽, 홍해에서의 구원, 광야에서의 인도와 돌봄, 가나안 땅을 거저 주심-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큰 은혜를 받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원망, 불신, 완악, 교만으로 일관했습니다. 광야에서뿐만 아니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조차도 그리했습니다. 하나님은 긍휼하시고 은혜롭고 언약에 신실한 분으로서, 범죄한 백성에게 회개함을 주시고 숱하게 용서하시고 돌이키셨습니다.
하지만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결국 백성을 열방(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에게 넘겨 고난 받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이스라엘은 “아름다운 소산을 누리게 하신 땅에서 우리가 종이 되었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지금 유대인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은혜로우시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면서 언약을 갱신하려 합니다. 하나님께 돌아가면 하늘에서 들으시고 다시 회복시켜 주실 것을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해하고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또 거기서 소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기채
성결교단의 어머니교회라 불리는, 111년 된 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 교회 부임 전에는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였다. 통찰력 있는 탁월한 말씀 이야기꾼으로, 생활신앙의 목회정신을 정성껏 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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