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참아주고 있다는 거고, 무슨 대단한 이벤트나 요란한 몸짓이 없더라도 그걸 사랑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 하셨으니까요. 화나게 하고 무례히 하는 누군가를 참아주었다면 이미 그 사람을 사랑하기로 맘먹은 것이겠지요. 예수님이 내게 맡기며 부탁하신 사람들이 있어요. 사랑하기가 쉽게는 안 되는 이들도 그 가운데는 있기 마련이지요.
아침을 시작하면서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해요. 그 중에 꼭 한 번은 머무는 곳이 있어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주님, 오늘 제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
그렇게 오늘의 힘과 지혜와 은혜를 구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할 힘과 맘이 내겐 없기 때문이지요. 주님을 생각해야 참을 수 있고, 그가 힘주셔야 참아줄 수 있고, 그가 알게 하셔야 사랑할 수 있거든요. 주님이 부탁하신 사람들을 말이지요.
오래 참는 것이 내 인내력과 힘으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주님이 알게 해 주셔야 해요. 그 사람이 어떤 형편인지, 얼마나 가난한지, 왜 그렇게 화가 가득하고 거친지, 왜 그리 까칠하고 가시가 돋아 있는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론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상처와 불안과 가난함을 보게 하시면 그를 향해 화가 나는 대신 긍휼이 생기게 되거든요. 그렇게 알게 되기까지 참고, 알게 되서 참아주고, 더 알게 하실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생각하며 참기로 하지요.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을 그만 두지 못하는 건, 사랑할 이유가 없던 그 때부터 날 사랑하신 예수님이 오랜 기다림으로 날 참아 주셨고, 지금도 참아주심으로 사랑을 보여주시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참으신 건 어쩌면, 우리를 향한 사랑을 그만 두는 것이 예수님에겐 더 참을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라요. 사랑하는 일이 때론 오래 참음과 아픔일 수 있으나 사랑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예수님의 때를 바라며 기다리기에 그 시간조차도 기쁨과 설렘이 돼요. 사랑한다면, 예수님처럼. 예수 믿으세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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