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동안 지은 농사를 하루아침에 도둑맞았다는 소식을 들은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스스로 일해 얻은 곡식으로 생존해가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수확물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분들에게 있어서는 생명을 위협받는 사건입니다. 농사지어 얻은 곡식으로 그날 그날 자급자족하는 분들이니 말입니다.
너무 속상하고 다급해서 몇 군데 소식을 알렸더니 얼마의 귀한 헌금이 제게 전해졌습니다. 선교지로 그 돈을 바로 보내 일단 생존할 수 있도록 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이 기회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일단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먹고 살 것이 부족한 사역자와 교회 성도들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소문을 해보니 버섯을 재배하는 방법을 누군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기술만 익히면 빠른 시간 내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환경조사를 하고나서 사역자를 버섯재배 훈련원에 보내 한 달 동안 농사 기술을 배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교회당 뒷마당에 허름한 움막을 짓고 그 안에 버섯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로 했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밭에서 일을 하던 분들이 움막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예상대로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하나씩 극복해가며 겨우 버섯을 키웠지만 이번에는 팔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긴급한 상황에 서둘러 시작했더니 장애물이 계속 발목을 잡았습니다. 돈만 날리고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역자와 성도들은 생존의 위기 앞에서 더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시장에까지 찾아가 버섯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 이 마을교회를 얼마 전에 찾아간 것입니다. 아, 성도들의 얼굴에 윤기가 흘렀습니다. 버섯 재배는 대성공이었고 밭에서 일하고 얻는 곡식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생존할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사역자는 하루 종일 밭에 나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산속의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산골짜기마다 마을 교회들도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는 찾아가야 할 마을교회들이라며 사방을 가리켰습니다.
선교지에서 물질은 특별히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합니다. 어디에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모든 미전도종족 마을교회마다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복음을 전하고 물질적으로도 자립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