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회복에도 금메달 따길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폐막됐습니다. 눈물과 땀의 도전을 보여주며 한국 선수단은 역대 동계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7개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우리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준 것입니다.
이제 평창은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겠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회전 약속했던 ‘가리왕산 생태계 복원’입니다. 가리왕산은 원래 독특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원시림입니다. 역사적·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엄격히 제한했던 곳입니다. 그런데도 올림픽조직위는 해발 1420m인 가리왕산이 최적지로 꼽고 대회가 끝나면 복원한다고 약속하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밀어붙였습니다.

가리왕산의 수백 년 된 나무들이 활강스키장 건설과정에서 잘려나갔습니다. 최근 한 환경단체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스키장 곤돌라 타워와 라인 공사 과정에서 공사 편의를 위해 무리한 토목공사가 강행돼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졌습니다. 가리왕산스키장의 경우 공사 편리를 우선해 폭 15m의 작업도로를 만들어 자연환경을 추가 훼손했고, 해발 1000m 이상 지대의 복원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무리한 공사 과정에서 지하의 수맥 흐름을 교란한 결과 주변 활엽수 뿌리가 약해지고 슬로프를 따라 부는 바람길 강풍에 나무들이 쓰러졌습니다. 전나무, 주목 등 이식한 272그루도 형식적인 관리 결과 대부분 이미 죽었거나 활력을 상실해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복원에 활용하겠다던 토양층도 슬로프에 그대로 묻어 버렸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저지른 ‘계획된 불법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 따라 활강경기장 개발로 훼손된 87만3199㎡ 중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인 52만5843㎡(60.2%)를 2018년부터 2035년까지 복원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공사비에 맞먹는 1000억 원 규모의 복원 비용을 확보할 구체적 방안은 보이질 않습니다. 대회는 끝났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과연 누가 나서서 어디까지 가리왕산을 복구할 수 있을까요. 결국 국민이 답인데, 이런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미래유산에 관심은 있는지 의문입니다.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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