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성경 쓰기, 퍼즐요법…‘뇌운동’ 효과 만점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가정에서 15년 넘게 보살피며 필자는 경험으로 ‘치매와 동거하기’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얻었다. 그리고 치매가 고령화 사회의 불청객인 것을 인지하고,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돕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편집자 주>

어느 날, 지갑이 없어졌다. 밖에서 분실한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려고 카드를 찾았는데 지갑이 없었다. 평소 내 지갑을 보시면 가끔 잘 두신다고 꽁꽁 숨기신 어머니라 여겨졌다.
그래서 옷장, 서랍, 어머니 가방, 소파 밑, 어머니 겨울옷 주머니, 책장의 책 사이 등 어머니가 주로 물건을 숨기셨던 곳을 중심으로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보았지만 자취가 없다. 어머니께 여쭤봐야 했다.
“어머니, 검은색 제 지갑 어디에 두셨어요?” “글쎄, 내가 잘 둔 것 같은데. 가만있어 봐.”
어머니는 자신의 가방과 옷장을 뒤지신다. 이번에는 너무 꽁꽁 숨기신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내가 쓰는 치료 요법이 있는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치매노인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것은 책 읽기와 손편지 쓰기, 그리고 퍼즐이다. 퍼즐은 너무 복잡한 것 말고 60개 조각 정도의 퍼즐을 맞추시게 하는 것이다.

퍼즐 요법
어느 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할 때였다. 운동을 하며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어머니의 뇌도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뇌를 운동시키는 방법으로 책읽기와 쓰기, 퍼즐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날도 퍼즐을 하도록 해드렸다. 끙끙거리며 하신다. “오늘은 잘 안 되는데” 하시며 그래도 끝까지 하신다. 몇 개만 맞추셔도 나는 칭찬을 한다.
“어머니, 팔십 넘은 노인 중에 어머니 같이 잘 맞추는 분은 없어요. 최고예요.”
어린아이같이 웃으시며 더 열심을 내신다. 힘들다는 불평도 사라지고 진지해지신다. 한두 시간 걸리던 것이 점차로 시간이 줄어들고 어떤 때는 40분이면 다 맞추신다. 어머니의 퍼즐 맞추기 시간에 따라 어머니의 상태를 짐작한다. 그래도 지갑은 찾아야 했기에 어머니가 퍼즐을 다 맞추실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도 한 개가 틀렸다. 사람 얼굴이 두 개가 겹쳤다. 내가 마지막 한 개를 바르게 맞춰 놓고 말했다.
“어머니, 잘 맞추셨어요.”
“아이고, 오늘은 잘 안 된다.”
나는 어머니 양손을 꼭 잡고 눈을 보며 말한다.
“아닙니다. 잘하셨어요. 처음부터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세요.” “응. 호호호.”
“어머니, 제 지갑 생각나세요? 어디 두셨어요?” “지갑? 몰라. 호호호.”

지갑 분실 사건의 범인은 나
그러다 지갑이 자동차 핸드 브레이크 사이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뿔싸! 지갑 분실 사건의 범인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나였다. 어찌나 죄송하던지 곧바로 어머니께 지갑을 찾았다고 말씀드렸다.
“그것 봐라, 내가 잘 뒀지!”
“맞아요. 어머니가 잘 두셔서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차 안에서 찾았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어머니의 배려에 대한 기쁨을 간직하게 해드리고 싶어서였다.
이번 일을 통해 ‘무슨 일이든지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자’라는 교훈을 얻었고 어머니라는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식에게 유익을 주고자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다시 한 번, 치매 부모를 위한 ‘인격적 케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완벽한 인생은 없다. 치매 노인이라는 현실 앞에서 ‘모든 영역에서 치매’라는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인격적인 대접은 누구에게나 좋은 명약이다.

나관호
‘좋은생각언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조지뮬러영성연구소’ 대표소장이며, 목사, 문화평론가,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추천 우수도서 <청바지를 입은 예수 뉴욕에서 만나다>,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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