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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예수님이신가요
[220호] 2018년 04월 01일 (일) 박보영 @
   
노숙인들 앞에 서서
기다랗게 늘어선 줄이 어디까지인지….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의 풍경입니다. 
지난 설날, 무료급식 사역을 하시는 목사님의 요청으로 식사 전 공연을 하였습니다.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공간을 메웁니다. 삶을 포기하면 나는 냄새일까요? 세상에서 밀려나면 나는 냄새일까요? 
무대에 서서 보니 앞에서 뭘 하든 관심이 없어 보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동상처럼 요동이 없는 이들, 고개를 들 줄 모르는 이들, 눈동자가 아래나 위에 고정되어 있는 이들, 유달리 웃음이 많은 이들, 과잉행동으로 시선을 빼앗는 이들, 한 자리에 다양한 모습을 한 노숙인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스도의 마음
더 나은 분위기로 호전시키려고 멘트를 하다 뜻대로 되질 않아 당황했습니다. 얼버무리듯 다음 노래로 이어가지만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듯 찔림을 받습니다. 이렇듯 노숙인들 앞에서의 공연은 여느 공연보다도 어렵습니다. 노래를 하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아프고 외로운 영혼들…. 진정 사랑하느냐?’
눈매에 힘이 빠집니다. 진심을 더하고파 연기를 더하는 저를 감지합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어설픈 제가 스스로 불편합니다. 경건의 훈련, 내면의 성숙. 일상의 자리에서 길어야 할 ‘하늘 두레박질’에 성실함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심판처럼 겪습니다. 그런 마음에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낮고 작고 가난한 마음.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져라.’
솔직하게 나아갈 때 오히려 은혜가 가깝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 저는 할 수 없지만 목석같은 저를 통해서라도 주님의 위로를 저들에게 전해주옵소서!’

음료수 하나, 귤 두 개
마지막 곡 한 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한 분이 일어나 어정어정 걸어 나오시더니 손에 든 무언가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음료수 하나에 귤 두 개였습니다. 지난 번 언양에서 뵈었다고(노숙자들을 위한 수련회) 하시면서 고맙다고 제 손등을 잡고 인사를 연거푸 하시며 뒷걸음질 치듯 들어가셨습니다. 
순간, 예수님이신가? 하는 강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애가(哀歌), 돌아오라, 돌아오라 애타게 부르시는 하나님의 손짓을 생각하며 불렀습니다. 몇몇 분이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났습니다. 공연 내내 많은 생각들을 해서인지 저는 홍당무 같은 얼굴을 하고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차에 악기를 싣고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조수석 시트에 놓인 한 풍경에 마음이 저렸습니다. 
좀 전에 노숙인이 건넨 음료수 하나와 귤 두 개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 눈엔 저 들녘에서 한 소년이 예수님께 건넨 오병이어처럼 보였습니다. 길게 이어진 줄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점을 이어가듯 받아냈을 소중한 간식인데, 그것을 저에게 주시다니요! 
그 소중한 마음으로 인해 제 마음 속엔 성경 속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누가복음 17장에 나오는 예수님께 병 고침을 받았던 열 명의 나병환자들 중 감사를 표현했던 단 한 사람, 사마리아인. 제 눈엔 그분이 그 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의 늪에 빠져 미처 보지 못했던 그분의 눈망울. 아마도 반짝이는 별 하나 떠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시대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아마도 가장 낮은 모습으로, 가장 작은 모습으로,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오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입니다. 아마도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풍경이 아닐까요.

하나님 나라는
나보다 낮은 이 없고
나보다 작은 이 없고
나보다 가난한 이 없는 곳


운전을 하며 돌아오는 길, 왜 그리도 눈물이 나는지요. 그 노숙인 한 분이 예수님이라 생각하니 가슴속에 달린 눈물꼭지가 잠길 줄 몰랐습니다. 이 세상 낮고 작고 가난한 영혼들을 위해 오신 예수님, 그분을 따르며 그분이 아파하시는 한 영혼 한 영혼에게 당신의 마음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주님께서 저를 사용해 주시기 간절히 바라면서요.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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