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2세기의 고대 로마 문헌을 보면, 제국 로마는 집정관에 등극한 권력자에게 ‘개미들의 입맞춤을 기억하라’고 요구하는 문구가 발견됩니다. ‘개미들의 입맞춤’이라는 생소한 정치언어의 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미들이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다른 개미무리들을 만납니다. 개미들은 잠시 그들만의 방법으로 의사를 교환한 후 서로 입맞춤을 합니다. 이 행위를 유심히 살펴보던 고대 로마인들은 이것을 개미들 사이의 ‘반가운 인사’로 해석하고 이후 만나면 존경의 표현으로 서로 입을 맞추는 행위인 ‘바치오 디비나’(Bacio Divina)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로마인들은 ‘개미들의 입맞춤’에 대해 잘못 알았습니다. 그것은 먹이를 충분히 먹은 개미가 굶주린 다른 개미를 살리려고 입에 담고 있는 양식을 나눠주는 행위였습니다. ‘개미들의 입맞춤’은 ‘생(生)을 나누는 구휼’과 ‘활(活)을 공급’하는 ‘살아있는 실현’이었던 것입니다.
개미에게 ‘입맞춤’이 있다면 박쥐에게는 ‘거꾸로 매달리기’가 있습니다. 야간에 흡혈을 마친 후 동굴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데 그 자세가 거꾸로 매달리는 방식이었습니다.
박쥐는 무슨 이유로 그런 불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까요? 박쥐 중에는 흡혈을 하지 못한 채 동굴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고통을 서로 아는 박쥐들은 자신이 흡혈한 피를 굶주린 박쥐에게 나눠주기 위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위에 저장된 그 피를 밖으로 흘려보내 굶주린 박쥐들이 흘러내리는 피를 마시도록 배려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가 이미 오래전 잃어버린 ‘나눔’이라는 ‘하늘의 일’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개미와 박쥐에게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영어 ‘컴퍼니(company)’는 친구, 회사를 말하는 어휘로, 라틴어 ‘콤파니오(companio)’에서 유래했는데, ‘함께(com)’와 ‘빵(panio)’의 합성어로서 그 의미는 ‘빵을 함께 나누다’입니다. 적어도 라틴어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빵’을 ‘빈자(貧者)’와 나누는 관계가 되어야 비로소 벗이요 친구라는 것입니다.
이 시대는 ‘빵을 나누는 시대’가 아닌 ‘빵을 빼앗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철학자 베르쟈예프는 “나를 위해 준비한 빵은 물질이지만 남을 준비한 빵은 이미 정신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4월에는 그대의 빵이 ‘둘’로 나뉘어 ‘자기 식탁’만이 아닌 ‘다른 이의 식탁’에도 오르기를 기도합니다.

김겸섭
성경해석 연구 공동체인 아나톨레와 문학읽기 모임인 레노바레를 만들어 ‘성서와 문학 읽기’ 사역을 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 방화동 한마음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서로 <천사는 오후 3시에 커피를 마신다> <사랑이 위독하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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