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법에는 역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고린도전서 1:27-28)라고 사도 바울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하늘의 논리 차이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세상과 하나님 나라의 논리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세상은 위력과 권력으로 약한 자를 억누르고 작은 자를 업신여기지만, 하나님은 도리어 약한 자와 작은 자를 사용하여 강국을 이루신다는 겁니다. 세상은 실패자를 철저히 외면하지만, 하나님은 실패자를 따뜻하게 초청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패자부활전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지만, 하나님은 언제라도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이 갖는 가장 큰 복은 하나님께로 나아가기만 하면 언제라도 다시 일어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여호수아의 실패
가나안 정복의 미션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끈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건너 여리고 성을 정복해 갈 때까지, 순간순간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세밀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요단 강은 어떻게 건너가야 할지, 저 금성철벽(金城鐵壁) 같은 여리고 성은 어떻게 무너뜨려야 할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성 전투’에서는 여호수아의 기도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이스라엘 군대의 전력이 아이 성 전투 정도야 식은 죽 먹기로 보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은 그런 생각에 빠져 자만할 때 찾아옵니다. 자기 힘으로 되는 줄 알고 방심하여 하나님을 찾지 않는 영적 자만이 여호수아의 마음을 잠식했을 때, 결국 굴욕적이고 처절한 패배를 맛보았음을 선명히 보여줍니다.
여호수아는 자신의 죄과에 대해 깨닫고 자책하며, 기도의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패배의 요인이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무엇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군사를 다 거느리고 일어나 아이로 올라가라 보라 내가 아이 왕과 그의 백성과 그의 성읍과 그의 땅을 다 네 손에 넘겨 주었으니”(여호수아 8:1)
실패자 여호수아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의 강력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음성이 여전히 오늘 우리에게도 들려야 합니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넘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삽니다.
시험의 낙방으로 좌절하고 실직의 아픔을 겪고, 때로는 일터와 사업의 흔들림으로 인해 두려워하고 있는 우리에게 동일하게 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실패를 경험했던 여호수아에게 다시 일어나라고 격려하십니다. 실패를 회피하지 말고, 도리어 그 실패의 장소였던 아이 성으로 진군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 실패의 장소에서 다시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알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다시 아이 성 전투로!
드디어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아이 성을 향해 출동합니다.
첫 번째 공격 때는 정탐꾼들의 정보에만 의존해서 3천 명의 부대만 보냈지만, 이번에는 하나님의 지시에 귀 기울여 모든 병력을 투입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이 두 번째 전투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명령대로 여호수아가 아이 성을 향해 단창을 높이 들자 전쟁이 승리로 이끌어진 것입니다(여호수아 8:18-19). 하나님의 말씀대로 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생활 40년 동안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뼛속 깊이 깨달은 그 핵심이 ‘기도’에 있음도 기억났습니다.
아무리 강한 군대가 전쟁의 승기를 잡아도, 그 기도의 손을 올리지 않으면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실패한 이후가 중요합니다. 여호수아처럼 하나님께로 돌아와 그분을 의지하며 다시 기도의 손을 높이 드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승리의 길이 되는 것입니다.

돌아와, 손을 높이 듭시다!
인생을 살면서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차이는 그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실패와 절망의 구덩이나 죄책감의 늪으로 빠지고, 어떤 사람은 부끄럽지만 하나님을 찾으며, 다시 기도의 손을 높이 드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때로 넘어진다 할지라도, 절망의 늪이 아닌 하나님의 품 안으로 넘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잠언 24:16)

김근영
수원제일교회 담임목사. 65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복음의 순수성을 견지하는 이 교회에 지난 해 부임, 이규왕 원로목사와 세대계승을 안정적으로 이루어 주목받는 젊은 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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