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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친구들 ‘방학이 1년이라면’ 이야기
특집-시간 '다르게' 다스려라
[219호] 2018년 03월 01일 (목)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예전 대학생들에게 휴학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남학생들이 군입대로 휴학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일로 소수가 휴학을 했지 싶다. 그런데 지금 많은 대학생들은 졸업 전 적어도 한 번 휴학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휴학이 흔해진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취업이 어려워 졸업시기를 늦추려는 이유도 있고, 정신없이 입시경쟁을 통해 대학문을 들어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누구이고,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찾지 못해 그것을 찾는 시간으로 사용하기 원해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예 자신을 찾는 시간을 당겨서 사용하면 어떨까? 발달과정상 자아정체성을 찾고 탐색하는 시기는 청소년기이니 ‘나중’이 아니라 가장 적당할 때 그 시간을 사용하면 어떨까.

꽃친이 시작된 이유
중학교 졸업 후 진학을 미루고 1년간의 방학을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들의 모임인 ‘꽃다운 친구들’(대표 이수진, 이하 꽃친)은 정말로 상상 같은 그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와, 방학이 1년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은 하지만 실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 ‘그래서는 안 된다’라는 고정 프레임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데 꽃친은 그렇게 해보았다. 그랬더니 결과는 학생도 학부모도 대만족이었다.
“저는 20대 딸과 한창 사춘기인 아들을 기르는 엄마입니다. 청소년들에게 1년의 방학을 선물하는 갭이어 운동을 ‘꽃다운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딸 은율이가 중학교 졸업 후 자발적 안식년을 가졌던 것이 꽃친의 시작이었습니다. ‘나는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란 딸의 말을 듣고 고민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는 전환학년제, 초·중교를 끝낸 뒤 고교 진학 전 적성 찾기 위한 ‘기숙형 학교’ 애프터스콜레 등 이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우리는 없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해보자며 딸에게 자체방학을 제안했지요.”
꽃친 이수진 대표가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이 대표의 딸은 방학을 한 후 1년간 학교를 벗어나 잠도 실컷 자고, 이런저런 생각도 충분히 해보고, 하고 싶은 것도 해보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이후 좋아해온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며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하나님은 성적만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그런 단순한 존재로 아이들을 이 땅에 보내시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는 진정한 배움의 기쁨도 알고, 친구랑 놀면서 우정을 쌓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주말의 여유를 즐기며 행복감을 만끽해야 할 존재입니다.”
처음엔 딸에게 대단한 선물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쉼과 빈둥거림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권리였다고. 브루터호프 공동체 리더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가 <읽어버린 교육, 용기>에서 언급한 바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랄 시간과 공간의 여백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권리인데 빼앗겼다”고 말한 것처럼 엄밀히 말해 빼앗긴 권리를 그저 되찾아준 것뿐이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자신이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싶은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꽃친’을 남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1년 동안 뭘 하지?
‘꽃다운 친구들’은 기숙학교나 주5일 출석하는 학교 형태가 아니라 집에서 주로 자유시간을 보내고 일주일에 두 번 만나서 친구와 사귀며 함께 온갖 즐거운 활동을 한다.
전문교사와 함께 ‘자·봉·여·관’(자기 탐구, 봉사활동, 여행·유희, 관계 형성) 이 네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활동을 하는데, 평소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국내외 여행, 캠핑, 봉사하기 같은 특별해 보이는 일정 말고도 주로 노래,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함께 자전거 타기, 밥 해먹기, 친구 집 놀러가기 등 무척 일상적이지만 그동안 시간에 쫓겨 잘 못하던 활동들을 하는 것.
“열여섯, 열일곱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들이 자신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자기 속도대로 인생의 방향을 탐색하는 방학을 지향합니다. 친구들, 선생님을 비롯한 새롭게 만나는 어른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어갑니다. 부모님들도 한 달에 한두 번 만나서 배움과 사귐의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기에 ‘꽃다운친구들’은 9년간의 학업을 마친 후 안식년을 갖는 청소년을 일컫기도 하며, 그 청소년과 가족 전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안식년을 함께 보낸 청소년들과 가족들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흩어져 살지만 보이지 않는 ‘꽃친마을’을 이룬답니다.”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들이 불안해하지 않더냐고, 아이들 역시 불안해하지 않더냐고.
“꽃친에 참여할 가족은 10월 중에 꽃친 샘들과 기초상담을 하고 11월에는 가족상담을 통해 꽃친 합류여부를 결정합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 충분히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말입니다. 이 시대의 지배적 정서는 ‘불안’이지요. 부모들 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불안해해요. 놀고 쉴 틈 없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돌고 도는 아이들도 쉽게 그 생활을 멈추지 못하더라고요. 시대의 불안, 부모의 불안이 아이들에게 전염된 것 같아요. 부모의 욕망과 불안이 하나님 자리를 빼앗았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 올해로 3기 꽃친이 탄생했는데, 불안의 자리를 넘어서 안식년을 선포한 꽃친 친구들과 부모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멈춰설 수 있는 ‘용기’를 먼저 받았고, 자신이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살펴보면서 시대가 주는 가짜 메시지를 구별해내고, 진짜 살고 싶은 삶을 그려볼 수 있는 ‘의연함’을 기를 수 있게 된 것. 또한 ‘잘 어울릴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잘 쉬고 나니 에너지가 충전되어 움직일 힘과 생기가 돌아왔다.
꽃친 1기 학부모인 정신실 씨는 딸 채윤이가 예고에 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진학을 포기한 후 ‘방학’을 가졌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밝은 아이였는데 예중에 진학한 후 힘들어했어요. 예전 제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지요.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하고. 그러던 중 꽃친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딸에게 제안을 했어요. 예고에 붙었는데도 진학을 포기하고 쉰다는 것에 대해 아이는 분명 고민했지만 주일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이야기하더군요. ‘예고를 가든 안식년을 하든, 어느 순간에는 아쉽고 후회가 되겠지만 일단 선택하면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년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고요.”
꽃친 선배 엄마로 혹시나 갭이어를 계획하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아이가 분명 초반에는 엄청 잠을 많이 잘 거라고 전해주었다. 마치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몰아 자는 것처럼, 신생아처럼 잠을 잘 거라고. 그리고 나서는 많이 웃고, 거실로 많이 나오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 나누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될 거라고.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 딸은 꽃같이 예뻐졌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애가 예뻐져 나오는 걸 경험했습니다. 자기 속도를 찾고, 자기 표정을 찾고, 자기다움을 찾는 시간이었기에 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1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이 함께 피어나다
꽃친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가족동행’이다. 꽃친 방학 1년은 자연스럽게 가족의 건강성을 가꾸는 시간이 되는데, 아이와 부모가 대화를 하게 되고 그것은 새로운 통찰로 이어진다고. 자기 속도와 방향을 더듬으며 찾아가는 아이를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봐주는, 바라봐주고, 응원하는’ 역할만 부모는 하면 된다고.
“헬리콥터식 도움이 아니라 ‘내어버려두는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방치와는 다른 것으로 자기 힘으로 자기 길을 걸으려고 시도하는 아이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지요. 학원 위주, 엄마 주도적으로 살아온 아이들일수록 적응하기 힘들어하는데, 자녀에게 쏟아 붓던 에너지를 부모 자신에게로 가져오면 자녀부모 모두 성공합니다. 한 해 열 가정 정도가 꽃친 동기 기수가 되는데, 1년을 마치고도 계속 만납니다. 멈춰 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줌으로써 여전히 시대가 부추기는 불안을 함께 견디며 의연함을 기르는 작은 공동체이지요. ‘부모에게 의존하는 삶’과 ‘의무로서의 학업’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태도와 역량을 갖추기를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공동체적인 감각을 갖추어 사회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꽃친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만 참여가 가능한데 지역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며 “아이들은 하나님이 디자인 하신대로 때에 맞게 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도와주라고 아이들 곁에 보호자로서 부모를 두셨다고 믿습니다”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래, 시간의 허리를 동이는 것, 그것은 결국 세상의 흐름대로 흘러가지 않겠다는 저항이며 선언이다. 거스르는 것이다. 거스른다는 것은 곧 남들이 걷지 않는 좁은 길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자리를 내어드리는 결정인 것이다.
문의 : www.kochin.kr 이메일 friend@kochin.kr
070-4848-2959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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