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돈이 무한히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강의 때 자주 나오는 답변은 “여행을 가고 싶다”입니다. 아마도 여행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경험이 일상의 권태로움을 일시적으로나마 제거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래 소개하는 한 학생의 글을 보면, 이러한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삶의 프레임을 찾는 것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보통 ‘삶’이라고 하면, 태어나는 과정에서 죽음까지 도달한 자들의 ‘인생’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항상 ‘루틴(Routine : 틀에 박힌 것)’을 배경으로 산다.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내일도 하는 것이다. 늘 우리가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그 ‘루틴(Routine)’은 우릴 심심하게 한다. 그래서 항상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세운 탑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 다시금 쌓을 수 있도록 우린 ‘루틴(Routine)’을 깨고, 매일 새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거대하고도 좁은 틀 속에 있으니까. 우리는 그 거대한 좁은 틀을 깨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우린 넓은 땅의 주인(主人)이니까.“
-과학자가 되고 싶은 왕한솔-

올해 초 인도네시아에 갔을 때 만났던 선교사님의 자녀인 한솔이는 삶에 대한 통찰을 어른 못지않게 깊게 가지는 아이였습니다. 자주 “왜?”란 질문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한솔이의 이 글은 프랑스 작가인 마르셀 푸르스트의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말처럼 일상에서 경험해야 하는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잘 설명해 줍니다. 만약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일상이 된다면, 삶이 어떠할까요? 아마도 우리는 새로움을 위한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될 것입니다. 즉, 우리는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 ‘환경의 변화인 여행’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일상이 된다면, 한솔이 표현처럼 분명 무료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여행은 환경을 벗어나 그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 눈이 새로워지는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매일의 삶에서 새로운 순간을 포착하고 계시나요? 같은 경험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시야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바로 감사(gratitude)입니다. 나에게 이미 주어진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경험은 가진 것에 대해서 단지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소유의 의미가 아닌 존재로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있습니다. 그 날에 작지만 좋았던 외부에서 온 경험들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으며, 정보를 얻었다는 소유의 개념에서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그 과정에 관련된 사람들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훈민정음이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를 만들어주신 세종대왕,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좋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실어주는 신문사, 콘텐츠를 고민해서 적어주는 칼럼니스트, 종이 혹은 인터넷으로 출력이 되도록 제작해준 사람들 등 결과만 보면 모든 일이 저절로 일어난 일들 같지만, 하나하나가 당연하지 않은 누군가의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무료한 ‘루틴(Routine)’을 깨고, 넓은 땅으로 나와 주변의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건수
G.LAB의 대표로 감동서원연구원이자 본지 객원기자로 감사의 가치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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