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임선경 작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어 오는 이모티콘을 보면 대략 어떤 캐릭터들이 유행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연령별, 성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함축적인 메시지를 얼마나 귀엽고 또 재치 있게 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그 중 눈여겨보게 된 인기 이모티콘이 있었다. 여러 지인들이 보내오는 그 이모티콘의 차별점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지닌 ‘따뜻함’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사랑스럽고, 상대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꼭 맞는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그렇게 몇 년간 여러 상대에게 받아온 이모티콘 ‘너를 만나 행복해’, ‘그레이스 해피 톡톡’, ‘사랑하는 그대에게’ 등을 그린 임선경 작가를 직접 만나보니 자신의 작품과 꼭 닮은 모습이었다. 밝고 따뜻한 배려 뒤에 어려움을 웃음과 믿음으로 이겨낸 사연도 있었다.

꼬맹이를 즐겨 그리는 작가
‘무릎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임선경 작가(나들목교회). 무릎이의 뜻을 물었더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릎이는 책장에 꽂혀 있던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이란 책을 보고 떠오른 이름이에요. 무릎 꿇고 기도하며 작업하고픈 마음을 담은 이름이기도 하고 제가 아이들의 동심을 그려내는 작가이기에 무릎이는 ‘무릎 아래 작은 아이들’ 즉, 꼬맹이란 뜻이 담긴 이름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임 작가는 꼬맹이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동그란 얼굴의 아이들이 그려진 그림으로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세상은 꼭 보물찾기 같아서 하나님께서 숨기신 보물을 찾아낼 때마다 기쁨과 위로를 받는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이모티콘을 출시하게 된 것도 대학에서부터 미술을 전공하고 계속 작품생활을 하는 중에 연결되어서 하게 된 것이었다고. 숨겨진 보물을 다른 방식으로 찾게 된 것.
“입시 준비를 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저한테 달란트 주신 것 하나님 위해서 쓰고 싶어요’라고. 늘 그래서 그것에 대한 부담과 기대, 책임감이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 제 그림을 통해 온 세상의 깨어진 곳에 사랑과 위로를 전하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전해 받게 되었어요. 그때 저는 ‘사라처럼 웃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온 세상에 그림을 전할 방법이 제게는 없었거든요. 말씀을 하나님이 어떻게 이루실지 몰랐는데, 나중에 SNS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보고는 놀랐지요. 아, 하나님의 방법은 다르구나 깨달았습니다.”

암, 그리고 재발을 이겨내며
인기 이모티콘을 론칭하고 전시회를 열고, 책을 내는 활발한 활동을 임 작가가 쉽게 한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자가면역에 문제가 있었고, 몇 년 전 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되어 다시 수술을 받기도 한 것.
“첫 번째 수술 때문에 생긴 칼자국은 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하나님께서 밑줄 그으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에 아주 커다란 반원모양의 수술 자국이 또 생겼지 뭐예요. 이 수술자국은 평생 웃고 살라고 제 몸에 주신 스마일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주치의 선생님께서 활짝 웃으셨습니다. 이후에 면역력이 약해지니 백반증이라는 병이 와서 온 몸에 하얀 얼룩들이 생겼어요. ‘내가 얼룩말이 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렇게 재해석했어요. ‘하나님께서 인생의 겨울도 생각하라고 내 몸에 하얀 눈을 내리셨구나’라고 말입니다. 제가 경험한 아픔들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그 아픔들 덕분에 전에 보지 못했던 연약한 이들에게 마음이 가게 하시고 위로와 희망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저에게는 아끼는 액자가 있는데요. 한 액자에는 누렇게 변한 종이에 어린 아이의 연필그림이 들어 있어요. 이 낙서는 제가 3살 때 그린 것이랍니다. 또 한 액자에는 이 낙서그림을 소중히 간직해주신 할아버지의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누렇게 바랜 할아버지의 낡은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어요. ‘참 훌륭한 그림이다. 적적할 때마다 할아버지는 네가 그린 그림을 보고 마음이 좋아졌단다’ 낙서를 보고 기뻐하신 할아버지 사랑 덕분에, 낙서종이처럼 구겨진 제 삶까지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림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너를 만나 행복해’. ‘당신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세요’라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아픔이 있었기에 임 작가의 눈은 늘 아이들,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머무른다.
“항상 네 편이야라는 응원을 이모티콘에 그려놓았어요.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두려운 우리에게 서로의 응원만큼 힘이 되는 건 없을 테니까요.”
특별히 올해부터는 미혼모와 미혼모의 자녀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고 싶단다.
“오래 전부터 돕고 싶었어요. 미술치료 등을 통해서 돕고 싶어요. 제 인생도 돌아보니 아팠고, 상처도 많았지만 하나님이 주신 길을 걸어오다 보니 퍼즐이 맞춰졌어요. 지금은 어렵고 정신이 없겠지만 인생의 퍼즐이 맞춰지는 날이 올 거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신진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책도 출판할 예정이다. 영화연출을 전공 중인 큰 아들도 지난해 신규 주목작가로 선정되어 이모티콘을 출시한 것.
“저희 아이들은 학원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요. 누구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의 능력만 있다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걷다보니 길이 열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도우려 하다 보니 책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앞으로 어떤 통로를 열어주실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그 길로 가되 그 안에 하나님의 마음을 담으며 살겠습니다.”

우연히 임선경 작가의 꼬맹이 ‘무릎이’들을 이모티콘이나 책, 전시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기억하면 좋겠다. 스스로의 모습이 작다고 느껴질 때 ‘너는 특별해, 너를 사랑해’ 하고 임 작가가 건네받았던 그 위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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