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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빨래를 부탁드렸던 이유
치매환자에게도 자존심과 수치심 존재
[219호] 2018년 03월 01일 (목) 나관호 @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가정에서 15년 넘게 보살피며 필자는 경험으로 ‘치매와 동거하기’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얻었다. 그리고 치매가 고령화 사회의 불청객인 것을 인지하고,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돕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편집자 주>

웃음은 치매 어머니에게 좋은 보약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코미디 프로를 자주 보여드렸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웃기 위해서. 어머니의 얼굴에 근심 빛이 돌기라도 하면 언제, 어디서건 간지럼을 태워서라도 웃게 만들었다. 나이 든 아들의 재롱잔치였다.

행동 언어에 맞춰드리는 ‘긍정커뮤니케이션’
어머니가 기뻐하실 때면, 딸들을 키울 때 했던 것처럼 두유나 초코우유를 드렸다. 그러면 항상 버릇처럼 반쯤 남기신다.
“어머니, 남기시면 버려야 해요.”
“이거, 이따가 먹어야지. 다 먹어?”
이렇게 치매 어른들이 고집 부리실 때 눈으로 직접 상황을 보시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나는 항상 냉장고를 열어 냉장고 속에 가득한 우유를 보여드렸다. 시각효과는 반응이 빠르고 치매 노인들에게 빠르게 전달되는 긍정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보셨죠? 많이 있어요.”
“어, 많네? 어른들도 드려야지.”
어머니는 어르신들이 안 계시면 드실 음식을 먼저 남겨 놓으셨던 젊은 날의 습관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음식이나 우유도 남기시려고 한다. 어머니의 이러한 심리를 몰랐을 때는 거의 억지로 드시게 했었다. 치매환자들의 거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행동 언어에 맞춰드리는 것이 좋다.

몰래 빨래하시는 날의 행복
어느 날 어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셨는데 나오지 않으셨다. 더 기다려 보았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 보니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주춤하신다. 살펴보니 소변이 속옷에 묻은 모양이었다. 그것을 빨래하고 계셨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시는 어머니 성격이 이럴 때 나타난다. 가족들에게 미안해 혼자서 빨래를 하신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속옷 빨래는 어머니가 하실 수 있게 했다. 그것이 어머니가 가진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려드리는 것이 되었다.
“어머니는 빨래하시는 것이 좋으세요?”
“그럼, 좋지.”
“그럼 이것도 빨아주세요.”
내가 사용한 수건을 드렸다.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신다.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신 것이다.
어머니가 몰래(?) 빨래를 하시는 날에는 어머니의 자존심을 세워드리기 위해 내 속옷도 빨아달라고 부탁드린다. 그러면 너무너무 기뻐하시며 행복해 하신다. 당신의 속옷만 몰래 빨면 눈에 띄지만 내 것까지 함께 하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빨래를 해달라고 하면 어머니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해진다. 그리고는 세탁된 내 속옷은 세면대에 놓고, 어머니 속옷은 자기 방에 몰래 널어 두신다.
기억을 잊어버리는 치매환자들도 자존심과 수치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어머니를 모시며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면면서 자존심 상하지 않으시고, 수치감을 느끼시지 않도록 노력했다. 기저귀나 속옷을 갈아드릴 때나 목욕시켜드릴 때에도 어머니를 존중했다. 어머니의 몸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했고, 어머니 스스로 속옷도 입으시고, 몸도 닦으시도록 유도했다. 그런 어머니의 행동 자체가 치매를 늦추기도 했다.
치매환자에게도 분명 자존심과 수치심이 존재한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신다. 그러니 존중하고 아껴드리고 사랑하는 태도로 보살펴 드려야 한다.

나관호
‘좋은생각언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조지뮬러영성연구소’ 대표소장이며, 목사, 문화평론가,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추천 우수도서 <청바지를 입은 예수 뉴욕에서 만나다>,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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