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악 제대로 알리고, 법·규정 보완해야

전 세계 흡연인구는 11억 명에 달합니다. 거의 두 명 중 한 명의 남성, 아홉 명 중 한 명의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고 합니다. 각종 암을 유발하는 담배의 해악을 경고하는 광고가 늘고, 담배 값이 오르고, 흡연자에 대한 압박이 거세져도 흡연인구는 줄지 않고 오히려 젊은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 부근에서 환자복을 입고 수액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습니다.
수년 전부터 유행하는 전자담배도 있는데요. 타르, 일산화탄소 등 수천가지 유해물질이 있는 기존 담배와 달리 니코틴만 흡입할 수 있어 덜 해롭다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전자담배를 적법한 금연 도구로 여기지 않고, 안전성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작년 5월부터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자기기를 이용해 담배 모양의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하고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입니다. 타르가 없고 냄새 걱정도 없다고 홍보하며 빠른 속도로 담배 시장을 파고들었습니다.
담배업계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국제기관들이 정한 유해 혹은 잠재적 유해 물질이 평균 90% 적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독립 연구가 없으며, 설령 독극물이 적게 나온다 해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고, 발암 물질이 함유된 것은 마찬가지라고 평가합니다. 연탄가스 중독처럼 혈중 일산화탄소가 갑자기 높아지면 사망에 이르고, 저용량이라도 오래 노출되면 뇌에 손상을 주며 뇌경색·협심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애매한 명칭 때문에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어 ‘가열담배’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전자담배가 궐련담배만큼 해롭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돼 폐암, 구강암, 위암, 신장암 등 위험이 있다고 보고됐습니다. 특히 유해 물질이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어 문제입니다.
정부가 법과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틈을 타 담배회사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비흡연자들도 스스로의 권익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해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좋은 담배란 없답니다.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KAIST와 POSRI 연구위원,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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