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사역자 문팽
나콩 지역에서 사역하는 문팽 씨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버스로 9시간 걸리는 도시까지 가서 차를 대절해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 먼 길입니다. 거리도 멀지만 공권력이 기독교인을 치밀하게 핍박하는 지역이어서 심정적으로도 참 먼 곳입니다. 오랜만에 먼 길을 나선 이유는 문팽 씨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해야 갑자기 세상을 떠나더라도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아서 입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를 보내야 하는 것 자체가 참 아픕니다.
그는 감옥에서만 3년 반을 지냈습니다. 두 번째 구속되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지칠 대로 지친 그의 육체는 감옥의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가 석방되던 날 마중을 나갔던 성도들은 이미 시체나 다름없이 변한 그의 모습을 보고 기쁨의 눈물보다는 안타까움의 눈물을 더 많이 흘렸다고 들었습니다. 복음에 열심인 한 형제는 더 이상 사역을 못하는 상태로 세상에 풀려난 것입니다.

그냥 같이 있어주는 것
오래전 그와 함께 마을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을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다 솔직하게 그의 의견을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사역에 도움이 되겠느냐고요.
사실 우리들은 현지인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분들이 넉넉해서가 아닙니다. 하나같이 가난해서 모두가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농사도 짓고, 공사장에서 일도 하고, 물고기를 잡아서 팔기도 합니다. 그리고 짬을 내서 산을 넘나들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합니다.
그런 환경에 있는 사역자들이기에 재정적으로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도와주기 시작하면 의존성이 생겨서 세월이 지나도 스스로 자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재정지원보다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립 기반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역자 문팽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냥 같이 있어주는 것이 그에게는 힘이라고.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교지의 성도들에게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물질적인 것을 갖다 주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독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은 커녕 아픔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정말 큰 도움이 되길 원한다면 예수님처럼 찾아가서 섬기고 그들의 발을 씻어주는 것입니다. 고통 속에 살아가는 그분들을 그냥 끌어안고 함께 울기만 해도 통역을 통해 메시지를 수십 가지 전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됩니다.

내가 잊지 않고 기도할게요
예수 믿는 것이 죄가 되어 학교에서 쫓겨나고 동네 청년들에게 두들겨 맞아 머리가 깨진 아이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복음을 전하러 이웃 마을을 방문했다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히는 그 사역자들과 성도들에게 소망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우리에게는 있기나 한 걸까요?
돈이 없어도 복음을 전하고, 오직 예수 때문에 핍박을 받으며 교회로 모이는 그분들에게 세련된 프로그램이 필요할까요?
오히려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는 그들을 만나 이 세상에서 다 누리지 못해도 소망 가운데 견디라고 끌어안고 울어주는 것이 더 힘이 될 것입니다.
예수 믿었기 때문에 공직에서 쫓겨나고 동네 사람들에게 살 수 없을 만큼 괴롭힘을 당하는 그 가족에게 ‘내가 돌아가도 꼭 기도해 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힘내시라’는 말 한마디가 정말 힘이 됩니다.
한 형제는 경찰들이 들이닥쳐 감옥으로 끌려갈 때 ‘나를 위해 기도해 주겠다는 그 형제들이 지금도 기도할 텐데…’ 하는 생각 때문에 견뎌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문팽 씨를 만나게 되면 이번에도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잊지 않고 기도할 테니 힘내라고요.

박태수
C.C.C. 국제본부 테스크포스팀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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