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기쁨지기는 많은 독서량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권하는 삶을 살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북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 그가 권하는 향기로운 책을 만나보자.

나도 걸으며 기도를 바쳐볼까?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
한희철 지음/꽃자리

DMZ를 따라 380km를 걸었다는 한 목회자의 열하루 동안의 여행 기록이 담긴 책. 왜 책 이름이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였을까?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영락없이 한 마리 벌레였다’는 프롤로그 제목에서 그 절박함이 묻어 나온다. 저자는 더는 미룰 수 없었다는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분단의 아픔이 가득 새겨진 그 길을 걸었다고 한다. 24편의 땀에 젖은 스토리에는 저자의 눈에 비친 피사체들이 아련한 풍경이 되어 사진에 담겨있다.
책 속에 실린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의 한줄 서평이 인상적이다.
“글을 다 읽고 나니 리베카 솔닛의 말이 떠올랐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장이 진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 DMZ 연구소장 함광복 선생은 이 책을 읽고 “DMZ를 걸어간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목회자가 열흘, 보름 부르튼 발을 절룩이며 그 길을 걸어갈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그 지겹던 여름, 폭풍을 헤치고, 뙤약볕을 받으며 그 먼 길을 걸어갔다. 이 책은 뜨거운 여름을 극복한 목회자의 장정일지가 아니라 광야의 순례길이다”라고 소감을 적고 있다.
아픈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때로 내 아픔을 알아달라고 투정하거나 치유하기 위해 관심을 집중하기보다 아픔 그대로를 견디며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어떤 결단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님이 나와 함께 그 아픔을 나누고 계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보다 더한 위로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속도를 생각한다. 너덜너덜해진 이 땅, 우리 사회, 우리 교회를 바라보며 해진 이 땅을 깁어 내고 늘 보아오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영성을 마주 한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는 당신에게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김형석 지음/두란노

숭실대학에서 시인 윤동주와 한 반이었던 제1세대 철학자인 전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교수의 삶의 궤적과 지혜가 담긴 에세이집이다. 자신의 신앙과 인생은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었고, 그 은총의 열매는 사랑과 감사였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일백년을 살아온 자신의 생애를 ‘신의 섭리’로 해석한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기독교신앙을 갖게 된 그는 3단계의 신앙적 성장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20세가 될 때까지는 교회가 신앙의 모태가 되었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예수의 가르침이 내 인생의 진리일 수 있는가를 철학적 진지함으로 탐구하며 신앙을 굳혀갔다. 마지막으로 대학을 떠나 30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교회와 현실사회 장벽의 거리가 크게 다가왔는데 그 책임은 사회보다 오히려 교회에 있다고 그는 여긴다. 저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아들로 오셨던 예수와 더불어 선하고 아름다운 삶과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 한다.
그가 예수를 인격적으로 경험한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1940년대 초반 일제가 학도병을 강제로 차출하던 시기, 하숙집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오로지 성경과 기도에만 전념할 때 읽고 있던 요한복음 15장 말씀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저자의 심근과 삶 자체를 놀라게 했던 이날, 그는 전 인격으로 하나님을 ‘하나님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자신을 키워가는 사람은 60세가 되면서 지도자의 품격을 갖출 수 있고 사회인으로서 자신감도 갖게 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나이 탓을 하기보다는 콩나물에 물을 주듯 나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호
기독교전문서점 기쁨의집 대표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독서운동과 문화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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