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몸을 돌보다

어느 날 남편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지방간,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 신장에 생긴 혹, 게다가 중도비만이어서 체중조절이 필요했다. 50세를 갓 넘어 중년에 접어든 남편의 건강에 노란불이 깜빡깜빡 켜졌다.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이 없는 것은 감사했지만 대사질환과 성인병 직전이었다.
이미 내가 효과를 본 생활단식 요법을 권했다. ‘먹방’이 대세인 시대에 ‘굶어야 산다’고 주장하는 것이 단식이다. 단식을 통해 우리는 몸과 정신에 휴식을 줌으로써 다양한 치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생활단식은 일상생활을 해나가면서 단식을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몸의 독소를 빼고 자가면역기능을 높여줌으로써 내 몸을 스스로 치유할 뿐 아니라 덤으로 다이어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건강을 되찾게 된 남편
남편은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건강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축구, 탁구, 배드민턴 등 운동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 그래서 목회자이면서도 단식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런 남편이 단식에 돌입하기까지는 설득에다 협박(?)까지 동원한 뒤였다.
우여곡절 끝에 단식이 시작되면서 체중이 줄자 20년 동안 안고 살아온 뱃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발뒤꿈치가 피가 날 정도로 갈라지고 엉망이어서 온갖 치료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단식과 다리 목욕을 병행하면서 피 흐름이 좋아지니 어느새 발뒤꿈치가 매끈해졌다. 뿐만 아니라 새벽기도를 할 때마다 휴지통을 끼고 살 만큼 심했던 비염도 사라졌다. 독소를 빼고 나니 피부도 좋아지고 나빴던 건강검진 수치들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턱 라인이 살아났고, 36인치 허리가 2인치 가까이 줄었으며, 14킬로그램을 감량한 뒤 복근을 만든다며 운동을 한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웃음이 더 생겼다.

빼는 것이 플러스
어느 유통업체가 내건 광고문구처럼 ‘빼는 것이 플러스’임을 실감한 셈이다. 뺌으로써 플러스가 되는 것들이 우리 인생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넘쳐 오르는 화를 빼고, 욕심을 빼고, 미움을 빼고 나면 실제로 우리 인생은 훨씬 풍성해진다. 나아가 ‘결핍’이 때로는 은총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까지 알고 나면 ‘빼는 것이 플러스’인 까닭을 알게 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단식은 숙변을 빼고, 지방을 빼고, 독소를 빼서 우리 몸을 리셋(reset) 하는 일이다.
그러나 단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식은 오랜 시간 동안 내 몸에 익숙했던 욕구, 습관들과 매순간 싸우고 달래는 일이다. 단식은 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고, 나를 더 아끼면서 내 몸이 주는 다양한 반응과 진실한 욕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과식, 폭식, 야식, 간식 등 넘쳐나는 ‘먹방문화’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우리 몸을 비움으로써 비로소 건강을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단식은 숨어 있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으로 불린다. 본래 아름답고 건강했던 나에게로 향하는 여행인 셈이다.

이 아름다운 여행의 유익은 나 자신이 경험했다. 목회자의 아내로서 주어진 교회 일과 집안일, (나이트전담) 간호사 생활까지 거뜬히 해내면서 61일 동안의 생활단식 프로그램을 마쳤을 때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건강한 몸을 회복하는 자연치유법임을 깨달았다.
내 몸은 단식을 통해 청소되고 쉼을 주면서 체계적으로 정돈되었다. 환경 먹을거리 생활습관 등으로 말미암아 깨져버린 몸 안의 면역체계가 되살아나 몸이 스스로 어긋나고 비뚤어진 데를 바로잡아 나갔다. 균형과 조화가 맞춰지니 마치 내 몸 안의 의사가 살아난 듯했다. 모든 감각기관들이 제 기능을 되찾으면서 음식 하나하나의 맛이 느껴졌다. 단식 이후에는 조절식을 하며 식습관을 관리하자 과식하는 버릇도 사라졌다.

나의 생활단식을 도운 오혜숙 선생은 단식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내 몸의 똥 찌꺼기를 빼내고, 둘째 내 몸의 독을 없애고, 셋째 내 몸의 간을 맞추고, 넷째 내 몸의 온도를 올리고, 다섯째 내 몸의 좌우균형을 맞추고, 여섯째 내 몸의 뼈를 달구어서 마침내 자가면역기능을 향상시켜준다.”

허내임
대구 복현교회 오종모 목사의 아내이며, 간호사와 자기주도적 건강관리사, ‘생활단식’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